그 100일의 기록 20

by 포근한 바람

너랑 ㅇㅇ이가 또 싸웠지. ㅇㅇ이 네 얼굴을 엉망으로 해놨길래 화가 너무 나서 그 집으로 쫓아가 한바탕 난리를 쳤잖아. 이눔의 지지배, 아무리 애들 싸움이라도 어떻게 친구 얼굴을 그 모양으로 만드느냐고 그 집 문을 부술 듯이 두드렸더니 그 애 아버지가 나오더라구. 그러더니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면 안 되지 않겠냐며 ㅇㅇ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네 얼굴에 난 상처보다 할퀸 데가 더 많더라. ㅇㅇ이 얼굴 보니까 내가 더 미안해져서 그 애 아버지랑 서로 위로하고 사과하고 끝냈지.


그에게 몇 차롄가 들었던 어릴 때 내 모습 중 하나다. 아기 때는 그렇게나 울어대더니 조금 커서는 동네 아이 중 유독 그 애와 그렇게 싸우더라고. 아니 이렇게 저렇게 갖게 된 장난감들을 모두 담은 주머니를 메고 다니며 조금이라도 함부로 하는 아이들에게 휘두르기까지 했다던가.


하여튼 맞고만 들어온 적은 없었으니까, 그때는.


약국집 딸로 불렸던 ㅇㅇ과 싸운 기억은 내게도 있어서. 치고박고 할퀴다가 그한테 걸려서 둘 다 세 들어 살던 안집 우물가 나무에 묶여 있었던 일, 씩씩거리던 나를 그 애가 확 떠밀어 뒤통수부터 시멘트 바닥에 찧었던 일들이 지금도 이따금 떠오르곤 한다. 사납고 지기 싫어하고 몸을 써서 싸우기도 잘 했던 아이가 있는 듯 없는 듯 말 없고 심지어 참하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바뀌는 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으니 7살 무렵이었을 텐데 그렇게 싸우기도 했으나 그만큼 활기차기도 해서 동네방네 만나는 어른마다 선뜻선뜻 인사를 잘 해 늘 어른들한테 칭찬받기도 했던 나와 딱 그 무렵 어느 날 내가 나란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지며, 누구라도 곁에 있으면 나란 존재가 지나치게 의식되어 나를 감추고만 싶어진 감정이 생겨났던 기억. 내 기억 속의 나는 7세 전후로 완전히 다른 아이였다.


그는 그런 딸의 변화를 알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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