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21

by 포근한 바람

열두 살의 나이 차이와 상관없이 시어머니와 그의 공통점은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종교에 대한 태도다. 기독교에 별 관심이 없고 당신들은 대체로 불교를 믿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만신이나 점쟁이들을 찾아다니는 것. 그러나 그들이 얘기하는 말을 또 전적으로 믿지는 않아서 일단 그들의 실력을 평가한 후 그럴 듯한 말과 현혹하려는 말을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행동방침을 정하는 방식.


절에 가면 대웅전이나 극락전에서 극진히 절을 하고 복전함에 얼마씩이라도 챙겨넣는 것, 뒤에서야 뭐라 하든 앞에서는 일단 듣고 돌아서서 알아서 판단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믿는 것도 아니고 믿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일종의 심리적 위안과 정보 취득의 방식이지 싶었는데 직장생활을 오래 한 시어머니와 달리 인생의 대부분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그로서는 나름대로 생존에 필요한 기준이었으리라.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집안의 농사일을 돕다가 결혼 한 후에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살림+가세 확장의 역할을 맡은 그에게 필요한 세상사 판단 기준이 무엇이 있었겠나. 교육 받은 기회는 짧았지만 그는 다행스럽게도 상당히 좋은 기억력과 계산능력, 판단력과 유사시 누구하고도 맞장을 뜰 수 있는 배짱과 실행력이 있어서 최소한의 정보를 일단 취득하면 그 속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듯 싶다.


그 결과 아부지는 결혼 후 정규직을 얻게 되고부터는 내내 성실히 일만 하면 되었고 그 시대 대부분의 가족이 그랬듯 근검절약을 가풍으로 삼으며 아부지 말에 따르면, 온 가족이 합심한 덕에 우리 가족은 가난의 굴레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상황 전환의 결정적 시기를 만들어내고 시행한 사람은 언제나 바깥 일 하나도 모르는 듯 살아온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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