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맘 먹는다고 해서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성이라면 그런 순간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때가 아마 생리를 할 때일 테다. 이건 뭐 조절이 안 되는 건 너무 당연하고 통증과 불편함도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여성이 남성보다 세상사 인간의 이성과 의지만으로 굴러가지지 않는단 주장에 더 많이 손을 들어준다면 아마 뜻대로 되지 않는 신체현상을 사춘기 이후 내내 겪게 되는 까닭도 크지 않을까.
생리 뿐 아니라 임신 중 겪게 되는 여러 증상도 천차만별이고 출산 과정의 자연분만이나 출산 후 모유수유도 맘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이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타고난 몸이 적절한가 아닌가가 저 두 가지를 해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그럴 수 있을 지 없을지 알지 못한 채 나는 출산 전에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할 것이라 선택했다. 제왕절개가 대세처럼 얘기되지 않고 분유 먹이는 게 더 나은 선택인 것처럼 말하는 시기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출산과 관련해서 좀 더 현대적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남들 다 한대."
란 뒷말이 붙으면 일단은
"왜?"
라고 묻는 성향이어서.
그 때는 소신이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면 '이유불문 남들이 다 하는 일은 그냥 하는 거'란 방식을 매우매우 별로라 한 성향 때문에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결정했고 그 결정대로 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몸이 의지를 따라주었기 때문이다.
몸도 생각만큼 따라주었지만 모유수유에 결정적 도움을 준 이는 출산 후 두 달 간 산구완을 해준 그였다. 평소에도 무엇보다 먹을거리를 잘 챙겨주던 그가 내게 가장 잘 해준 일은 두 시간마다 모유를 먹이던 내게 잘 시간 외에 때마다 미역국을 끓여 밥과 함께 챙겨준 것이었다.
미역국을 싫어라 하는 산모들도 있다 하던데 나는 원래도 미역국을 좋아했는데 그가 끓여준 미역국은 늘 맛이 좋아서 딸에게 서툴게 젖을 먹이고 젖 먹는 데에 온갖 힘을 다 쓴 신생아가 쌔근쌔든 잠이 들면 그가 끓여준 미역국을 참으로 달게달게 먹곤 했어서.
두 시간마다 아이가 먹는 것 이상으로 맛나고도 푸짐하게 끓여 내어준 그의 미역국 덕에 딸이 매번 엄마의 젖을 푸짐히 먹었던 것일 게라고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