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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Sep 17. 2024

탐라에너지 저 마씸 선발대회(3)

방송국에서 촬영까지 올 줄이야.

시상식 당일날이 되었습니다.


원피스를 입어야 하니

오랜만에 화장을 했습니다.


푸석해진 얼굴에 

화장이 잘 먹을 리 있겠냐마는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나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원피스를 산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 사이 배가 더 나왔는지

원피스가 짤똥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무릎 위로 살짝 올라가는 길이가

마음에 조금 들지 않았는데

더 짧아진 것 같아

괜히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출산을 하고 난 이후에는

무릎 위로 올라가는 옷이 부담스럽더라고요.


결혼하기 전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는

아기 엄마를 보면 이해가 안 되었는데,

출산을 하고 나니

그분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저는 아이 챙기기도 힘든데

저까지 꾸밀 기운이 없더라고요.


오랜만에 꾸미려다 보니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시간이 빠듯해도

아이 물건을 챙기고 출발해야 했습니다.


원피스는 입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해서

큰 백팩에

기저귀와 과자, 이유식, 가제 손수건을 챙겼습니다.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가는 길은 

꽤 꼬불꼬불합니다.


임신 중이라 멀미가 나서 힘들었는데

카시트에서 칭얼거리는 아이 소리에 못 이겨

결국 카시트에서 아이를 꺼내서 

안고 갔습니다.


한 시간을 안고 가려니

다리가 저렸습니다.


원래 더위를 잘 안타는 편인데

임신 기간이라 덥기도 하고

아기를 안고 있으니 더 더웠습니다.

게다가 오래된 차라

뒷좌석에는 에어컨 바람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가 중간에 잠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 사이 잠깐 잠이 들었나 봅니다.


"여보, 도착했어."


남편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깼습니다.


시상식은 문화회관에서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두리번거리면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시상식이 너무 커서 놀랐습니다.

방송국에서 촬영을 나왔는지

커다란 카메라도 보였습니다.


문 입구에 들어가니

벽 쪽으로 긴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수상하신 분들의 수기를 엮은

책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행사 진행을 도와주신 분께

책자를 가져가도 되는지 여쭤보았습니다.


기념으로 가져갈까 싶어서

책자를 하나 챙겨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남편이 주차를 하고 

2층에 도착하고 나니

얼마 안 되어서

시상식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부인회 제주특별자치도 회장님께서 나오셔서

이번에 최우수상에 뽑힌 분이 왜 

최우수상으로 뽑혔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여태까지 에너지 절약 수기 공모전에서는

중년 여자분들이 참여를 많이 했는데

최우수상에 뽑힌 분은 

젊은 아기엄마여서 뽑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아쉬워라.

나도 젊은 아기엄마인데..


수기공모전에 당선된 글을

책으로 만든 책자를 펼쳐보았습니다.


최우수상으로 뽑힌 분의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분의 글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안에 

소제목을 몇 개 달아서

장수에 비해 내용이 많진 않았지만

가독성이 꽤 좋았습니다.


저는 에세이형식이라고 해서

일기처럼 줄줄이 써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글쓰기 방식이었습니다.


내용을 다 읽어보니

제가 모두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아쉬웠습니다.


'나도 젊은 아이엄마인 걸 글에 피력할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앞에 나가서 상을 받았습니다.

상금이 30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시상식 마지막에는

상을 받은 분들이 

한 명씩 일어나서

참석한 다른 분들께

에너지 절약 방법 한 가지를

알려드리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짧은 시간에 

머릿속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일어나서 발표를 하려니

목소리가 많이 떨렸습니다.


"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저보다 절약을 더 잘하실 것 같은데요.

제가 한 가지만 말씀을 드리자면요.


수도꼭지를 사용하고 난 뒤에

냉수 쪽으로 돌려놓으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요.


그래도 냉수 쪽으로 돌리는 게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유는 우리가 손을 씻을 때

20초에서 30초 정도 걸리는데요

온수 쪽으로 틀어놔도

물이 데워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찬물이 나올 확률이 높거든요.

그래서 보일러가 가동되지 않게

그냥 찬물 쪽으로 틀어놓는 게 낫다고 합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앉았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면 다들 아시는 내용일 것 같아서

수도꼭지를 냉수 쪽으로 돌려놓는 걸 이야기했는데

너무 길게 이야기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되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근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갈 수 있도록 해주시더라고요.

심지어 같이 온 남편도 같이 먹을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음식점으로 이동을 하려는데

방속국에서 나온 분께서

저에게 다가오시더니 인터뷰를 하자고 하셨어요.


저를 최우수상을 받은 사람으로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우수상을 받으신 분 인터뷰하시려고 하시는 거죠?

제가 아니라 저쪽에 앉아계신 저분입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카메라를 드신 분과 같이 그쪽으로 가시더라고요.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는 음식점이라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배가 몹시 고팠던지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축하한다면서

상금봉투를 열어보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직 안 열어봤는데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서 보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봉투를 열어보니

진짜로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이후로 

무언가를 해서 상을 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뜻깊은 상이 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나를 돌볼 시간이 없어서

나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미 있고 알찬 하루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루 또 연체해서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미국에 온 지 삼주만에 드디어 어제 식탁을 샀습니다.

그동안 바닥에서 밥을 먹었는데 생활의 질이 확 올라간 기분입니다.

다들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면서 행복한 추석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미국에서 냉동 송편도 쪄먹고, 

비비고 잡채군만두라도 구워 먹으면서

추석을 즐겨보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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