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삶을 만들기 위해, 그것이 완벽한 삶이라고
애써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멀리서 보면 우리가 그렇게 의식하지 않아도
결국 삶은 우리를 균형 쪽으로 데려다주는 것 같다.
특히 콩이를 돌보면서 그걸 더 깊이 느꼈다.
콩이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하루의 감정이 콩이의 상태에 따라 널뛰듯 오르내렸다.
밥을 잘 먹었다고 기뻤다가, 또 혈당기에 뜨는 숫자 하나에 마음이 무너졌다.
어떻게든 완벽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죄어가며, 혹시 내가 실수하면 콩이의 시간이 짧아질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 살 수는 없었다.
아무리 마음을 꽉 붙들고 있어도 콩이의 몸도 내 마음도 하루하루 변했고, 그 변화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감정에 계속 휘둘리기만 하면 정작 콩이와 함께하는 지금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겠구나.
그때부터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자고.
스쳐가는 순간을 붙들고 초조해하지 말자고.
하루하루 흘러가는 감정도, 콩이의 작은 변화들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고 나쁨을 따지기보다, 그저 지금 이 순간 함께 있다는 사실만 붙들기로.
그러고 나니 내 마음도 조금씩 중심을 찾았다.
기쁜 날은 잠시 웃고, 힘든 날은 또 잠시 가라 앉아 있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처음엔 불안과 두려움으로 쉽게 무너졌지만 결국은 알게 됐다.
슬픔도 오래 머무르지 않고, 기쁨도 붙잡아둘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 내 삶도 콩이의 삶도 자연스러운 균형 안에 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삶은 억지로 맞추려 하면 할수록 더 흔들리고,
내가 그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오히려 중심으로 돌아온다는 걸.
놀랍게도 그렇게 내려놓고 나니 내 안에 서서히 평온함이 깃들었다.
그 평온함은 모든 게 완벽히 맞춰져서 오는 안정감이 아니었다. 흔들려도 괜찮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평온함이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오고,
겨울은 반드시 지나가고, 봄도 반드시 오는 것처럼.
삶은 그렇게 스스로 균형을 맞춘다.
내가 너무 한쪽 감정에 오래 머물지 않으면,
삶은 결국 다시 나를 중심으로 데려다준다는 걸 콩이를 돌보며 확신했다.
삶은 완벽해야만 균형이 잡히는 것도 아니고, 균형이 잡힐 때에만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것.
흔들리는 그대로 흘러가게 둘 때, 오히려 단단해진다는 것.
그리고 문득 떠올린다.
삶이란 때로 거센 바람처럼 흔들리고 요동치지만,
그 한가운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한 순간이 있다는 걸. 마치 태풍의 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