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우리 남매 사이엔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이 하나 있다.
손에 잡히진 않지만 마음을 붙잡아주는 건 늘 그 끈이다.
아빠는 세 번이나 삶을 포기하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 남매가 떠올라 끝내 살아냈다고 했다.
그 말이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나는 지금도 힘든 날이면
'아빠도 살았는데'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 끈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살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살아야만 했던 마음으로.
그 마음이 서로를 향해 있었기에 우리는 결국 살아냈고, 살아가고 있다.
아빠는 늘 말했다.
"나는 너희만 잘 살면 돼."
동생은 조용히 나와 아빠를 챙기고, 나는 아빠와 동생이 잘 살길 바란다.
우린 서로를 가장 먼저 떠올리며 말로는 다 못 전해도 마음만은 늘 앞서서 건넨다.
그렇게 엇갈리지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마음이 우리 셋 사이를 단단하게 엮고 있다.
억지로 묶지 않았는데도 서로가 서로의 삶을 붙들고 있는 끈.
그 끈은 결국 살아내는 힘이기도 하다.
지금은 우리 셋, 각자의 삶이 있다.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서로 다른 자리에 서 있지만
참 고맙게도 우리 곁의 사람들도 그 끈을 조용히 이해해 준다.
다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헤아리고 존중해 준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도 마음껏 서로를 떠올릴 수 있다.
아빠를, 동생을, 그리고 나를.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그 끈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세 식구의 마음에서 그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까지.
조용히, 그러나 더 단단하게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마음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