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엄마 아버지 자식새끼
새해 운이 들어왔다. 양의 기운이 많은 분들이 새해 인사를 주시더니 아침부터 좋은 소식으로 기쁘기 한량없다. 그러나 차분하게 법구경의 말씀을 존중한다. 인간사 새옹지마이니 좋은 일에도 크게 감격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해줬기에.
“엄마 난 엄마 딸이야.” “그래 왜일까? ” “이번에 보드게임 모임방에서 N 행시로 내가 또 1등을 했어, 난 이런 거 나오면 무조건 1등 먹어. 그리고 최근에 자동차 라이트 나가서 내가 새로 갈아치웠지. 이건 아빠를 닮아서야.”
카센터 안 가고 수리비를 벌었다며 첫 전화를 받았다. 오늘은 좋은 소식들이 날씨 밝음처럼 빛을 내어준다. 2주 전에 사무실 다녀가신 분이 다시 오셨는데 기분이 좋아서 오셨다.
“여러 군데 다녀봤는데 여기가 제일 맞아요. 십오만 원에 줄 서는 유트버의 유명인도 다 틀리더라고요. 그래서 여길 다시 왔어요. 저도 철학 명리학을 조금 공부했는데 저 좀 지도해 주시겠어요.”
흔쾌히 ㅇㅋ 승낙을 했다. 대기업 다니시다가 지금 아파트 경비를 하는데 이분 사주에도 철학자의 길이 있어서 충분하다고 했다.
오후가 되니 수원 화서에 사시는 건물주분이 오셨다. 옆의 편의점에서 수도 요금이 많이 나와 콜을 했단다. 누수탐지기가 필요하고 수도 계량기가 우리 사무실에 있어서 수리하시는 분과 건물주분이 낼 공사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주인분은 항상 세입자 시간을 맞춰주시고 강하게 밀어붙이신다.
장사를 업으로 하는 출근 시간을 세입자 편에서 정하신다. 작은아버지 또래이신데 꼭 물 한 잔만 드시고 가시고 아주 편하게 대해주신다. 감사한 게 또 있다. 건물 관리가 피곤하고 나이도 있으니 매매로 내놔봤더니 세입자들 다 내보내면 사겠다는 물주가 나왔단다.
“아이 여보셔 강제로 세입자를 내쫓으란 말요. 난 그렇게 못하니 당신과 거래 안 하겠소.”
이렇게 고마우신 분이다. “글쎄 한 강 책 두 권을 주문했더니 2주 만에 왔어.” 그러시고는 나의 생애 첫 발간 책을 받아가셨다.
“행복 많이 해요.” 인사를 주시고서.
고운 인사 속에 마음 뿌듯한 첫날이 개문해서 난 이제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
말년의 행복은 최고다. 누비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얼마간의 기간이라도 덕으로 받아들여짐이다.
수륙양용 배 즉, 하이브리드 같은 덤을 얻은 첫날 출근에 기쁨이 현관문의 손잡이에 걸려있다.
감사하면 하늘을 올려다보고 힘이 처져도 하늘을 쳐다본다.
방송작가를 그만둔 오경아 작가는 내가 라디오에서 항상 마주했던 방송인이다. ‘안아주는 정원’으로 에세이를 냈다. 정원생활에서 안위를 갖게 됐다며 이곳 생활에서의 즐거움과 천천히를 살아가기 위함으로 집필해 놨다.
나는 내 밥그릇에 정원이 있다. 밥을 먹는다는 즐거움과 감사가 밥그릇 안에서 시작됨이다.
“온갖 위험과 불안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 나는 집이 아니라 정원에 간다. 그곳에 가면 자연의 너른 품 안에서 보호받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들고, 온갖 풀과 꽃이 친구가 되어준다.”
(엘리자베스 폰 아님 189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