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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은 눈물이 나야 감동이 있잖네

(14) 엄마 아버지 자식새끼

by 블라썸도윤

데이식스의 ‘해피’가 요즘 졸업식 노래로 뜬다며 라디오에서 열창한다. 졸업식 시즌이란다.


그런데 진행자 양상국씨랑 나는 이 노래가 감흥을 끌어당기진 않았다.


우리 때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 ”를 합창하면서 눈물을 찔끔했는데, 눈물이 나야 감동이 있잖네. 익숙했던 고귀의 멀어지는 슬픔과, 새로움을 챙겨논 신선함에서 나온 눈빛의 경계와 눈꺼풀이 교차하는 떨림이 있다.


눈물이 보석처럼 아름다울 때가 있기에 기쁨으로 벅찰 때 흐르는 다이아 같은 눈물.


나무도 상처가 나면 진액을 흘려서 귀한 눈물처럼 영롱한 보석을 내주게 된다.


* 숨을 제대로 쉬고 싶당 *


헤어짐에는 눈물이 있어야 감흥이 난다고 했으나 요즘은 시절이 바뀌어서 되려 흥을 돋워주어 새출발을 대차게 밟아가라고 열림길부터 내준다.


이별 뒤엔 새 삶이 바짝 붙어와서일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려고 하는 의지는 강하기에.


* 원래대로 내 바다에 가고 싶당 *


이불 같았던 잎사귀 모두 떨군 나무는 새소리를 위로삼아 수분을 잠가놓고 발이 되어주는 뿌리를 젖지 않은 흙 속에 깊이 파묻고 있다.


다들 살아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숨의 표시인 뜨거운 입김을 뿜는다.


인공지능은 우세하게 대들고 있으며 직장에선 인원 감축 들어가니 조바심을 갖고 초저녁부터 낼 걱정을 싸맨다.


아아 나는 살겠소. 노랫말처럼 차가운 겨울엔 흐트러진 마음을 손 시려운 낚싯줄 잡아당기듯 의욕의 에너지를 더 받쳐준다. 새해를 열면 다부진 각오를 갖는 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아궁이의 불씨와 같다. 다들 이겨내고 살아내자. 다짐의 이런 어퍼컷은 붉은 태양 일어섬이랑 다를 게 무엇이랴.


어깨 처지고 이직에 대하여 고민하시는 여러분과 나의 가족에게 긍정적인 응원을 한다.


어제 걷던 거리를 다시 걷더라도 겨울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가야 한다. 새싹을 맞을 때까지 정녕 아픔만 봉창 속의 먼지처럼 차고 있지 말고 오늘도 바람을 기도하자. 연약한 풀도 얼음장을 이겨내는데 덩치 큰 우리가 희망을 끌어안아야지. 한 가지의 기도를 시작으로 내일도 한 가지의 소원을 빌어보자.


내가 신조처럼 여기는 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말과 뜻대로 되기 쉽다.


졸업 시즌에 새출발을 같이 디뎌야 하는 희망과 생각을 아울러서 며칠 쉼의 휴게를 가져보고 다짐을 캐내어 하고자 했던 일에 접근하자.


파의 대는 속이 비었어도 꼿꼿하게 서서 파꽃을 피우듯이 결심이 굳으면 반은 성공이다. 결심의 삽질을 첫 삽 즉, 한 삽부터 뜨는 것이다.



* 호프 자런 산문 <뿌리와 이파리>

숲에 들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이로 자란 큰 나무들을 들여다볼 것이다. 그러나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은 드물다. 발자국 하나마다 수백개의 씨앗이 살아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은 모두 그다지 가망은 없지만 희망을 저버리지 읺고 절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기회를 기다린다. 그 씨앗 중 절반 이상은 모두 자기가 기다리던 신호가 오기 전에 죽고 말 것이고, 조건이 나쁜 해에는 모두 죽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죽음은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머리 위로 우뚝 솟은 자작나무 한 그루당 매년 적어도 25만개의 씨앗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제 숲에 가면 잊지 말자. 눈에 보이는 나무가 한 그루라면 땅속에서 언젠가는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를 열망하여 기다리는 나무가 100그루 이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랩걸- 김희정 옮김. 알마, 2017, 50~51쪽


* 참고로 데이식스 멤버의 원필이는 작은아이 초딩 때 짝으로 찐우정 연필이었다. 그래도 이 노래는 당기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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