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엄마 아버지 자식새끼
신년 맞음을 하루 반 남기고서 세숫대야에 약간 따신 물을 받았다. 두 손을 쥐락펴락 머물렀던 한 해를 세숫대야 물에 수(手)채(彩)화로 흩트린다. 약간 따심보다 더 진한 따심의 한 해였길래 행복의 달팽이를 손가락으로 돌림 한다.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기대도 안 했는데 뜻밖으로 이뤄짐은 분명 행운이리라. 감격이 예사롭지 않게 크기에 세모를 반듯이 보내주며 큰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
신년엔 더 차갑지도 많이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체온을 가질 수 있게 그저 무탈하기만 바랄 뿐이다. 나보다 힘든 이에게 따신 손난로를 전염하고 과욕하지 않으리라. 순리대로 쫒아가면 덕을 받을 수 있음을 올해 내가 중생에서 깨달음이다.
세숫대야에 담긴 두 손을 펼쳐 드니 고였던 물이 와르락 쏟아져 내린다. 손가락새의 샛구멍은 물을 가둬놓을 수 없다. 나의 삶도 차츰차츰 손바닥 안의 물기만 남게 될 때까지는 글과 접하며 손가락을 계속 놀려 보려고 한다.
못난이 글이어도 내 수저 한 스푼만큼 크기의 글이어도 나의 손맛이 닿은 거라 질척거림의 맛이라도 풍기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나는 계속 글을 쓰면서 명상이 되게 하고 화남의 일순간을 고자질 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기차를 타고 느긋하게 좀 손해 본 듯 해도 여유롭게 유유자적 글에 심취하려고 한다.
글 씀은 전화질보다 낫다. 쓸데없이 불필요한 사고로 언쟁하느니 글을 화폭처럼 펴놓으면 좋지 않겠는가.
내가 화가였으면 붓을 끼고 살면서 그날그날 나의 색을 찾을 건데 아쉬움은 제치고 내 끼인 글을 집을 것이다. - 을사년 새해를 받아들이다.
* 겨울의 보리수는 탄실하다. 낼 모레도 그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