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빨강 코를 연상해 봐

(8) 엄마 아버지 자식새끼

by 블라썸도윤

빨강 루돌프 사슴코는 엄마 잃은 딸에게 사슴코도 빨간 코가 있어 하며 위로하던 한 아빠 작가에서 비롯됐다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작년보다 더 따시다. 그래도 시국이 그래서인지 EVE에 잔잔하다. 고요함이 따르는가. 라디오에서만 캐럴송이 종일 울려주는데 실감은 나지 않는다.


소음 문제랑 저작권 침해 관계로 길거리는 썰렁한데 태양이 담요 싸서 안고 나갔다.



길냥이 한 놈의 불안한 눈매와 마주쳤다. 내가 먼저 “애옹~냐앙” 했더니 냥이도 같이 냐앙을 읊으며 조금씩 쫓아온다. 내가 멈춰 서준 곳은 집사가 따라놓은 냥이들의 대접, 철조망 담 위에 올라섰다가 비켜나니 밥그릇에 오물오물 입을 댄다. 다행이다.


이렇게 양말 없이도 베풂을 해주고 편해진 마음으로 사무실 도착했더니 예전에 이쪽 방면에서 노숙 생활 십년을 하신 분이 오랜만에 인사차 들르셨다. 지금은 수급자 생활하시며 저가의 집을 나라의 혜택으로 공급받아 사시는데 오늘도 진득한 인생사를 한바탕 풀어놓으셨다.



서너살 때 나중에 안 것이지만 늑막염으로 다 죽어갔는데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이 이를 업은 어머니는 동네 굿하는 집에 가서 신발을 벗고 속으로 내 아일 살려주십사고 빌으셨단다. 남의 집 굿판이 끝나고 신발을 신으려고 보니 찾지를 못해 아무거나 신었는데 무속인도 신을 찾게 돼서 두 사람만이 남은 가운데 서로 바꿔 신은 걸 알고 아이 아픈 것까지 치료책을 얻게 됐다. 3개를 내어 준 동그란 약을 으깨어 하루 한 번씩만 먹이라는데 다 기어내서 죽을 줄 알았더니 기적처럼 정말 3일 만에 “엄마”를 부르며 살아났단다.


그 후로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괴팍한 형과 너무 맞지 않아 집을 무작정 뛰쳐나오게 되어 노숙 생활이 시작됐다. 지금은 엄청 깔끔하셔서 표시가 안 나는데 삶이 힘들어 건설 현장 4층 옥상서 자살을 시도 했는데 갈비뼈 4개만 뿌러졌다고 했다. 그래서 살 사람은 사는가 보다 하면서 살 의지를 가졌다.


일당 3만5천 원을 벌어 빵 두 개 8백 원 하는 것을 나중에는 노숙자라는 사정을 얘기하고 2백 원씩 할인받아 밥으로 때우고 5천 원 하는 PC방서 숙박하며 저축을 시작하게 됐단다. 옆 사람이 역시 자살을 시도 하려고 해서 개인 담을 들려주며 악착같이 살으라 깨움을 해주었더니 나중에 고맙다고 인사하더란다.


여태까지 자신을 삶의 질김에서 끈을 놓치지 않은 것은 팝송 때문이라며 취미가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침해 주셨다.


이분이 기상하면 팝송부터 열 곡은 들어야 일이 시작된다며 좋아하는 곡을 일러주고 나가셨다.


‘4 Non Blondes’ 그룹의 ‘What's Up’ 들어보란다.


나의 답변 - 드럼 치는 인절미로 글 하나 드린다.


빼꼼히 내밀어준 인절미

쫀득한 감촉이 맘부터

풀잎처럼 일렁인다


파득파득 병아리 솜털인 양

일렁이는 가슴에 찻물이

모락모락 데워지고 있다


코가 유난히 커서 마스크가

잘 어울리는 분이 인정으로 나눔한

인절미엔 락이랑 팝이 고물로 묻혀있다


잡아당기니 쭈욱 늘어지는

인절미에서 감사함의 따심은

쿵쾅쿵쾅 드럼 소리로 몰려간다


그리고 저녁 길 아저씨들도 커니 잣커니 한 잔씩 걸치고 시장 안에 얼씬거린다. 뚠뚠한 아저씨, 외투를 풀어제끼고서 딸기코를 하신 체 딸기 바구니 들었는데 내 맘으론 아마도 손주를 주실듯싶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란 베풂일 것이다. 마음따뜻 이야기도 나눔이다.


* 보푸라기 일듯이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나눔 되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keyword
이전 07화추위와 담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