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친구가 와서는 한 교회에서 어머니 사진전을 한다며 같이 가자며 팔을 끌었다. 이 친구도 나도 사무실 문을 잠시 닫아놓고 수림공원 가든 옆에 붙은 교회로 몸을 돌렸다.
교회건물 4층을 박물관처럼 인테리어해서 정숙한 가운데 글과 옛물품, 사진을 음미했다.
우리는 이 물품들이 고스란히 있던 시절을 보낸 세대라 같은 공감들을 가졌다. 엄마의 뼛속까지 깊은 모성애의 글과 사진을 둘러보며 다들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부부 새가 둥지의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는 시진을 본 친구가 대뜸 “엄마, 아버지 자식새끼” 이런다. 그래서 나도 큰 감동을 받아 오늘 제목을 친구가 내뱉은 말을 그대로 인용했다. 제목 붙임에 그를 따랐다.
어머니의 사랑은 어디서 나오나?
그렇다. 윗조상 대대로의 할머니는 어머니를 어머니는 자식에게로 사랑은 전달이다.
늦게까지 공장일 또는 농사일하고 와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갈라진 손등으로 뜨끈한 밥을 지으시는 어머니의 고됨은 30촉 전등 아래서 뚫린 양말을 괴시고서야 잠자리에 드신다.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를 시간에 덜잠으로 군불을 때어 방을 따시게 미리 만들어 놓으신 어머니들은 자식에게 다 내어주셨다.
‘어머니 은혜’노래가 속에서 꿈틀댄다. 이 글과 사진전에서 이 노래 말고 무엇이 또 튀어나오랴.
저마다의 엄니는 손등의 주름에 박혀있다.
숭고하고 고귀하신 어머니 !!!
예전에 아들을 못 낳아서 하도 구박받으니 또 딸을 출산한 엄니는 그녀를 엎어놓고 신세 한탄을 모질게 하여 이 딸은 시집가서도 자식 사랑을 할 줄 모른다. 그냥 밥만 해주면 되는 걸로 인식돼 있다. 그 자녀 역시 엄마란 사랑을 애틋하게 받아보지 못해 자식새끼 안 낳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나의 외할머니에 대한 팩트다. 쥐새끼도 자식을 끔찍이 여기는데 모성애는 위에서부터 전달됨이 맞다. 나의 외할머니도 친할머니도 엄마 사랑을 어린 나이에 내쳐져서 손주 사랑도 차갑더라.
친할머니는 서산 해미읍에서 천주교 박해로 인해 엄마가 몰래 출산하여 부자 노인집 마루에 두고 가서 부모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대신에 눈이 노랗고 피부가 무지 하얀 프랑스계 일듯싶은 게 아마도 아버지는 외국 신부였을 것 같다. 할머니는 아프시면 머리에 띠를 질끈메고 "엄니"를 찾으셨다.그리고 농서랍엔 애국가를 잘 쓴 글씨로 적어놓으셨다.
이렇게들 사랑은 쉬운 게 아니다. 젖을 물리고 눈을 맞추고 모진 말을 하지 않으며 자식에 대한 책임을 갖는 게 맞다. 사랑은 대물림이다. 새도 먹이를 물어다 주고 쪼아주고 날개짓할 때까지 곁을 벗어나지 않기에 사람도 그래야 한다.
아무리 인구가 적다고 해서 TV프로에 ‘고딩엄빠’를 제작 방송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보기 싫은 걸 어쩌다 두 번 봤는데 배움이 짧으니 고생해 가며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아기를 낳아 키운다. 공부하고 인성을 더욱 키워야 할 나이에 젊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교육상 좋지 않다.
엄마라는 자리를 알고서 아기를 낳아 잘 케어해주는 게 부모의 도리이다. 많이 낳는 시대도 아니니 사랑은 먼저이고 그렇다고 너무 과해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회가 망가지는 교육은 없어야겠다.
어머니들이 쓰시던 물건이 우리 시대까지는 아직 낯설지 않다. 불편하고 춥고 쓸쓸했던 고된 자리를 어린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코너를 도는데 옛날 우리가 국민학교 시절에 쓰였던 십 원, 오십 원, 백 원, 오백 원 지폐가 가슴을 뛰게 했다. 십 원이 맨 앞에 있는데 내 돈이 아닐까 아니다. 이건 더 깨끗하잖아.
남동생은 넷째로 태어나서 아들이 있는 집인데 아버지는 날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강제로 자르게 예약해 놓으셨다. 첫아들이길 바라셨나 보지. 아저씨들이 머리 자르려고 앉는 의자에 나무 받침대를 덧대어 나를 앉히고 돈은 있다가 준다며 단골 이발소에 덩그러니 놔두고 나가신다.
“있다가 다 자르면 우리 아이 십 원 좀 주라. 있다가 둘러서 줄 테니.”
그랬는걸 남자처럼 상고머리 해놓은 이발사분이 다 낡고 찢어져 가는 십 원을 거스름돈처럼 내주셨다. 어린 나이에다아버지가 맡긴 돈도 아니어서 말을 못 하고 나오면서 돌부리 하나를 차버렸다. 이때가 겨울이어서 눈을 쌓아 올려놓은 곳이 많았다. 먼지랑 같이 내 허리높이로 쌓인 눈 둑에 그 돈을 처박아 놓고 와서는 나와만 비밀이 됐다. 지금도 나하고 만의 비밀이다.
엄마랑 사이가 안 좋은 자식들도 있고 속을 썩이며 짐보따리 싸는 자식도 있고 제대로 된 가정에서 바른 사랑을 예쁘게 가꾸는 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