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이글이글 태양이 희망을
잔뜩 토해내고 있다
뿌리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건
차가운 습기 영하로 떨어져
허기진 가는 허리
한쪽 모퉁이에 기댄 양지는
나의 의지라
소고기 육포가 귀퉁이서 나왔는데
치아가 안 좋다며
김치찌개에 넣어도 맛이 괜찮겠냐는
문의를 받았다
그의 희망이 되어주기 위해서
그냥 팽개치지 말고
넣어보라고 권유 해줬다
장독대 금 가는 한랭 바람에도
외투를 잠그지 않고 콧물 흘리는
줏대 센 이를 마주치니 가진 것이
넘친다더라
오지랖 따라 지인도 많은데
아쉬운 걸 이것저것 부탁하는
또 다른 이는 뭐란가
그래서 하나만 들어주기로 했다
희망과 소망은 각자의 것인데
이걸 손아귀에 쥐어질 수 있는 이는
몇이나 될 수 있을까
배불리 먹으면서 하는 간청은
찌그러진 달이고
누추하게 힘겨워서 하는 상의는
보름달이라
누구와 먹느냐 어디서 먹느냐
된장찌개 하나만으로도
편한 맛과 웃음이 속삭이면 살이 되는데
양푼에 물이 얼음 되어
손이 껄어 붙는 날씨에
이면의 색이 도벽 되어 있다
* 유통기한 짪은 것은 설명서 하나를 더 추가해 붙여 놓고 먼저 판매하듯이 사람의 부탁과 상의는 다른 이면이다. 자랑이나 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