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잔을 채우다

(11)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by 블라썸도윤

주친구는 간단하면서 톡 쏘고

막걸리친구는 거나하게 마시며

김치 쪼가리도 곁들여야 하고

맥주친구는 캬아 잔 부딪힐 때

목구멍으로 거품 파도가 넘어간다


민낯의 낯가림과 어색함을

빼기 위해 한 잔짜리 상을 받았다


거적때기 두른 모자 위에

장미가 피어난다


향기가 진해질 때쯤

은빛 별무리가 다가와서

속삭임 하니 모자만 벗어놓고

가로등을 위안 삼아

골목 안까지 배웅받는다


악수했던 손을 비비작 대다

대문을 들어서니 초승달이

차갑게 물러난다



추운 것보단 차가운 날에 도서관에 들렀다. 현관문 열자마자 나의 첫 책이 눈으로 먼저 들어왔다. 나를 반기다. 뭉클하게 안기다.


‘영종도 푸른 연가’ 시집을 내신 이영근 시인과 서로 집필 책을 교환했다. 영종도로 내 책이 시집을 갔다.


영종도로 책을 시집 보냈는데 밖은 강추위에도 살아보겠다는 각각 자기 이름은 갖고 있을 녹색 풀들이 부들부들 떠는 것인지 삶의 노래인지 몸을 휘젓고 있다. 최자호 호야 선생님의 동화스런 글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는 대낮에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집에 와서 쪄놓고 간 고구마 하나 입에 물었다.


마음은 회식 자리의 직원이 술 한잔 걸치고 들어온 기분처럼 글은 역시 혼자서 쓰는 것이 맞다. 술 한 잔에 응축해서 속내의를 표현했다. 가로등이 길 안내를 도움해 것 마냥.


keyword
이전 10화부적응 현상 아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