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엄마 아버지 자식새끼
저번부터 요청을 했다. 아이 결혼식에 휠스를 부르면서 중간에 축가도 하고 남편과 사돈댁 앞에서 축사를 꼭 하고 싶다며 재차 전화가 온 것이다.
태양이가 밤에 잘 시간만 되면 아기처럼 똑같게 잠투정해서 안고 흥얼흥얼 자장가를 해줘야 팔에 기대고 이때 내려놓으면 잠들기 때문에 어김없이 이 짓을 하는 데 낼 상견례여서 들뜬다며 또 통화 좀 하잖다.
나도 큰아이 결혼 때 축사를 직접 해줬는데 이이의 통화에서 즉석 스르륵 말문이 열려서 불러줬다.
“공사다망하심에도 이렇게 저희 아이들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하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 예비 사위가 처음 인사차 들렀는데 바깥보다도 저희집 거실이 더 많이 환해지더라고요. 아마도 제 사윗감이 태양 하나를 짊어지고 온 것 같았어요. 그런데 때마침 이름도 태양이라 해서 우리집에 두 개의 태양이 들어왔으니 얼마나 밝겠어요. 갓 쪄낸 뜨거운 감자 같은 저희집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화목에 둘러싸인 제 자녀들은 결혼과 동시에 군말 없이 잘 살 거라고 믿습니다. 하객 여러분의 축복을 덤으로 받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급하게 불러준 것이니 엄마의 마음을 MSG처럼 간해서 정리하고 외워 놓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바로 이어서 작은아이 치른 담달에 큰아이 결혼식이니 하나 더 해달란다. 이 집 아빠도 자녀라면 끔찍한데 이때도 본인이 나서서 하겠다고 한다. 전화상인데 나도 그냥 읊어져서 말을 붙여버렸다. 나중에 엄마말 추가나 수정 한번 보라며.
큰사위 이름은 ‘조 훈’ 외자다. 그래서 이름으로 이행시를 해보자고 권했다.
하객 인사는 아까 것과 똑같이 넣은 다음 이행시로 옮겨봤다. '조’ - 조아하게 된 우리 맏사위 믿음직하고 든든하며. ‘훈’- 훈훈한 따뜻함이 맘에 끌려서 저는 첫 만남에서 입이 벌어졌답니다. 부부로 인연이 되어서 군말 없이 잘 살아주면 부모로서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입니다. 저희 자녀의 결혼식에 같이 축복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너무 좋아요.” 그래도 검토하고 엄마말 짧게 하나 넣어 보라고 했다.
그 당시 갑작스럽게 떠오르지 않았는데 오늘은 글 두 개를 쓰고도 어떻게 말문이 쑥쑥 열렸다.
학교 다닐 때 반 애들 연애편지 대필해 줬던 게 지금도 먹힌 것인가.
선남선녀가 잘살아주길 진심으로 바랐으며 내 아이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는데 신부 쪽부터 시키는 바람에 하마터면 외운 걸 잊어버릴 뻔한 것이 떠올랐다. 아울러서 신부 쪽 어머니 자리에 착석을 하니 내 어머니도 이 자리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셨을 것 같아 엄니의 주황색 저고리와 회색빛 치마가 쓱쓱 지나친다.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했다.
아, 내가 축사도 도움을 주는구나. 그럼 행복도 축복 줘야지. 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뿌듯한 기분이 밤을 탔다.
* 추가로 둘이 뽀뽀하는 사진은 여기 주제 글을 저장 후 사진을 못 올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다른 때는 못 보던 장면을 노랑 앵무 둘이서 사랑을 예쁘게 하대요. 저 보고 찍어달라고 애쓴 눈을 보이면서 말이죠. 이렇게 사진을 얻었기에 저장에서 사진 첨부 후 발행이 된 것입니다. 복은 이렇게 뜻밖에 오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