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엄마 아버지 자식새끼
싹을 보고 땅에 디뎌보는 거. 설레어서 잠을 못 이뤘다는 이가 찾아왔다. 상견례는 결례 없이 잘하고 왔다며 기분 좋은 이야길 쭈욱 늘어놓는다.
맞장구를 쳐주며 거들어 줬다.
“딸내미가 보는 눈이 있고 엄마가 현모양처에 매사 긍정적이어서 복을 받았네요. 아빠 또한 나그네 인생처럼 처자식 보듬는 데 열심이었기에 하늘의 복을 내리받으셨어요. 축복입니다.”
“사돈집은 미도파 백화점에서 영광굴비 코너를 하셨다가 운이 좋아서 신세계 백화점에도 2호점을 냈대요. 그러다가 IMF 때 타격을 받아서 상점을 다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와 사돈어른은 농사와 한우를 키우고 사돈댁은 여전히 간호사 일을 하셔요. 사회생활 하셔서 두 분이 호탕하고 시원시원 하시대요. 두 분은 취미로 산에 다니는 건 기본이고 베드민턴 대회도 나가면 무조건 1등 수상이라 하네요.”
“참 듣기 좋은 소리예요. 나도 덩달아 기분이 평안해져서 입의 평수가 넓어지려고 하네요. 사장님 남편분은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우리 남편도 말을 조리있게 잘하더라고요.” 즉슨, “저는 지게차 판매를 합니다. 이 사업에 단돈 5만 원을 갖고 시작하니 기계랑 부품을 넣을 창고가 없어서 지하에 옮겨놓고 했어요. 손에 익히려면 도면도 봐야 해서 밤에는 영어를 풀어가며 공부와 씨름을 하고 책 한 짐을 거의 들여다보았을 때 다마스 중고차 작은 것을 구입해서 수리도 봐주고 했답니다. 중고차인 다마스가 고속도로에서 퍼지는 바람에 하늘이 캄캄하고 노랬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자리가 잡혀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다시 하차하게 된다면 5만 원만큼은 남겨놓게 할 것이에요. 이 돈이면 저는 손해 볼 것이 없이 기죽지 않습니다.”
짝짝짝! 박수를 치고 우리 둘이 손도 잡았다. 설렐 만하네.
내 상견례의 특별한 얘기도 해줬다. “수시로 ‘댁’이라고 칭호했던 이 남자는 부모 입장도 아니고 장남도 아닌데 위의 3형제와 밑의 여동생을 조카들까지 도를 넘어서 챙기더라고요. 주말엔 통화를 일절 안 하고 15일이면 급료 일인데 날 안 만나주고 1주일에 한 번씩 이 사람 누나집에 과일 박스라도 싸 들고 가서 가족 데이트를 한 거예요. 누나네서 같이 생활했기에요. 나는 결국 짜증이 밀려와서 상견례 자리에 일 핑계 대고 안 나갔어요. 그 집 매부랑 형제들이 다 왔는데 우리집은 부모님이랑 이모가 합세했지요.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비는데 말이죠.”
남편은 그 당시 게으른 매부로 인해 누나네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리고 막상 결혼을 하니 조카를 매주 우리집을 보내서 목욕탕 비와 우유랑 찐 달걀값을 나가게 했는데 보통 얄미운 게 아니었다. 홀시어머니도 아닌데 못됐다. 암튼 상견례 때 우리 부모님이 안 나가셨더라면 그들의 얄궂은 짓을 안 봤을까.
강아지도 예쁘면 얘들의 모견이랑 부견은 어찌 생기고 아기 강아질 어떻게 챙김하며 성깔은 어찌 먹었을까 궁금해지듯 우리도 상대의 가족은 어떨까 찜하기 전 몹시 궁금하다. 상견례에서 며느리나 사윗감의 행동거지와 책임감을 엿볼 수 있으니 꼭 만나고자 한다. 또 다른 가족과의 충돌이 없기를 바라면서 비빌 언덕과 성격 파악을 하는 것이다. 모냐 도냐 파악하기 위한 모색.
사위가 늠름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이날 보기에도 좋았다며 돈이 안 모아진 딸아이의 시댁 모르게 며느릿감이 3천만 원어치는 살림을 해왔다고 사위가 미리 말했단다. 거기다 정감이 있어서 매우 좋다며 벙글벙글 댔다. 시부모 사랑을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단다.
그런데 하나 웃긴 것은 사부인이 먼저 그의 아들한테 그랬단다. "장모감이 나보다 예쁘니." 해서 바로 나온 대답은 "사돈끼리 만남을 주선하면 누가 더 예쁜가를 저울질하는 양가 어머니들의 피 틔기는 미모전쟁이 된다네." 이집 딸에게서 전달받았다고 했다.
* 오늘 서현씨네 상견례 모습 *
* 위의 사진은 이번에 상견례를 마친 지인의 사진을 인용했으며 허락을 구한 후 바로 올렸습니다; 불은색과 파랑색의 술병엔 각 각 결혼할 주인공의 이름이 씌여 있답니다.
상견례에 나오는 음식은 아주 소량으로 적게 나오며 이곳은 송도에 있는 경복궁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