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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랑 승리랑 자주 만나

(7) 귀골스러운 됨됨이

by 블라썸도윤

내가 부스럭 대서 딸내미가 깼다. 이어서 카톡을 내게 바로 준다.


꿈에서 할머니 만남

꿈에서 할머니랑 한 대화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거 인지함)


나: 할머니 승리 자주 만나?

할: 그럼 자주 만나지. 하늘에서 만나면 너랑 운동(산책을 의미) 매일 할거래.

나: 승리랑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야?

할: 그럼.


나: 할머니 지금 우리랑 살고 있는 태양이도 봤어?

할: 너네 엄마가 추워서 나가지 말라는데도 너가 같이 나가자하면 귀찮다가도 나가면 좋대.

얘는 길눈이 밝아. 한번 간 곳은 길을 다 안대. 도라지꽃도 찾아줬잖니.

나: 할머니 태양이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해줘.

할: (웃음) 그럴 것 같아.


나: 할머니한테 꽃 붙여놓는 거 어때? 냄새도 맡아볼 수 있어?

할: 나 하늘 간 지 2년 넘어서 거긴 잘 안 가. 내 것만 꽃 자주 띠어서 테이프만 붙여질 때 속상했어.

나: 요즘은 일하는 사람 바뀌어서 잘 안 떼가는 것 같아.

할: 꽃 안 사 와도 된다고 전해줘. 그냥 와서 대화만 하다 가도 좋아.


나: 할머니 이제 안 아파? 건강해?

할: 모르겠어. 몸이 아예 없는 것처럼 가벼워. 따뜻한 하늘에서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나: 할머니 안 아파서 다행이다. 할머니 하늘갈 때 안 무서웠어?

할: 잠깐 사이에 도착했고, 가니까 이름, 생년월일, 가족 이름(이미 하늘간 가족인 듯), 사망원인 확인하고 (남자 1명이 할머니랑 얘기하는 모습 보임) 들어간 순간부터 행복했어.



올가 토카르추크 소설
< 태고의 시간들 >

루타는 몽유 상태에 빠져서 모든 걸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보았다. 바람 한 점의 미세한 흐름, 곤충들의 느리고 우아한 날갯짓, 물 흐르듯 부드러운 개미의 움직임, 나뭇잎의 표면에 내려앉아 있는 햇살의 입자들을 보았다. 새들의 지저귐이나 동물들의 비명과 같은 각종 고음이 쿵쿵거리고 으르렁거리는 저음으로 탈바꿈하면서 마치 안개처럼 땅 위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루타가 느끼기로는 이렇게 몇시간도 넘게 누워있었던 것 같았지만 실은 순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최성은 옮김> 은행나무, 2019, 226쪽


문태준 산문
<쓰다듬는 것이 열매입니다>

서로가 쓰다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입니다. 한 움큼씩 소량으로 봄비가 올 적에도 그렇습니다. 봄비는 풀잎을 적실 정도로 옵니다. 땅이 축축해질 정도로 옵니다. 옅은 안개가 끼는 일도 있습니다. 박무(薄舞)는 빛으로 공중을 한 번 빗겨주는 정도입니다. 거미가 구석에 거미줄을 내는 일도 그렇습니다. 나를 걱정해 주는 당신의 목소리도 그렇습니다. 모두 알뜰히 쓰다듬는 일입니다. 쓰다듬는다는 것은 " 내 마음이 좀 그렇다"는 뜻입니다. 말로 다할 수 없이 그냥 쓰다듬을 뿐입니다. 말해도 고작 입속말로 웅얼웅얼하는 것입니다.

<느림보 마음> 마음의 숲, 2009, 103쪽



아버지 생신이라 소화력이 편안한 추어탕으로 자리를 같이했다. 아버지는 수저를 들다 말고 “엄마 꿈을 자주 꿔.” 하시고 막내는 “언니, 나 엄마가 꿈에 보였어. 안 좋아. 밥 먹고 엄마한테 다녀와야지.” 한다.


“언니 꽃이 다섯개나 돼.”


저번에 나도 꽃을 안고 갔어. 엄마가 내게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웃으라 하대.


엄마가 어젯밤 두루두루 다녀가셨나 보다. 그런데 꿈 얘기를 들어보면 내 아이한테 들른 엄니가 가장 편한 모습으로 나오신다. 가끔 꿈을 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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