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귀골스러운 됨됨이
서현씨가 이번엔 날 주려고 깨강정을 만들었다며 보잖다. 수인역시장에 둘러서 검정깨를 사다가 부들부들하게 강정을 만들어 갖고는 사무실 앞으로 차를 댔다. 서현씨 친구도 같이 만나게 되었는데 오늘 처음 봤어도 편안하게 역시 생글생글 우리는 아줌마 스타일이다. 금방 가까워져서 현금 1인 5천원짜리 칼국수 맛집에 줄을 대기했다. 뒤이어 줄을 선 연배 아줌니들이 아는 체를 하신다.
내 앞머리를 보시더니 파마로 말아주고 싶다며 본업이 미용사였다고 하신다. 지금은 무료 봉사만 다니신다면서 내 앞머리가 풀리지 않게 파마기를 넣어주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생머리에 앞머리를 내리고 긴 머리를 고수해서 파마를 질색하는데 서현씨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나도 앞머리를 자르고 다녀요.” 습기도 좋다. 며칠 후에 서현씨네로 이분이 오셔서 우리들 앞머리를 만져주시기로 서슴지 않고 예약을 한다.
내가 미용하실 분 연락처를 저장할 때 ‘김○○머리’라고 했더니 그분도 ‘이도윤머리’라고 저장해서 같이 한바탕 웃었다.
나처럼 손도 덥석 잡고 팔짱도 끼고 인사 나누는데 인상을 휙 본 다음 말 붙이며 입이 저절로 웃어진다. 한 마디에도 웃음이 나오는 건 요즘 MZ세대가 아닌 꼰대들의 공간이어서일까.
실없는 건 아닌데 말이 소통되면서 자주 웃게 되니까 좋다. 쑥스러움이 어디로 깄는지 나이 쫓아 생판 모르는 이들과도 편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초등학교 때까지 얼굴이 빨개지고 상당히 내향적이었는데 O형이란 혈액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친구를 알게 되고 삶에 부딪히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익히게 됐다.
나이가 익어가면 살아가는 방법도 옆구리 가까운 이들한테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조개 해감은 어떻게 해야 제대로 개흙을 뱉게 되나요. 이틀 그래야 하나요.” 서현씨가 무지 궁금했다며 뒷줄에 계신 그분들한테 여쭌다.
주안 현대아파트 사신다는 옆의 지기분이 알려주신다. “소금물에 담그고 검정 봉다리 꼭 씌어서 한나절은 두어야 해요.”
“검정 봉다리는 왜 씌우나요?”
“얘들이 컴컴한 개흙에서 사니까 캄캄한 분위기를 띄워줘야 모래가루 다 뱉어내요.”
서현씨 친구는 서구에 거주하는데 가정동의 YK아울렛에선 생필품이 상상외로 싸다며 장바구니 들고 가보란다.
배우고 익히고 깨달음과 더불어 웃음도 가질 수 있다는 건 쑥스럼타지 않는 적정한 나이가 되어서 일게다. 쉽게 말을 붙일 수 있는 편안한 나이. 서현씨도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조청으로 강정을 만들었어요. 얼마나 맛있게요!
해감이 잘된 통통한 바지락이 잔뜩 들어간 손칼국수. 얼마나 맛이 좋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