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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글이 되다

(9) 귀골스러운 됨됨이

by 블라썸도윤

편하게 쓰는 일상이기에 오늘은 아침에 기상부터 쓴다. 낼은 나의 또 다른 면을 뒤집어 줘야 해서이다.


눈 비비기 전 내 글의 답글을 올리고 욕실에서의 보통 일상을 한다. 설거지나 반찬을 간단히 해놓고 태양이와 산책 후 아점을 챙긴다. 그리고 어제처럼 오늘 아침에도 평론가님과 전화 미팅으로 짧게 인사드리고 두리번대고 하늘도 보면서 출근한다.


나는 철학관을 운영한 지 삼 년이 되었으며 이제야 고객이 잡히기 시작했다. 소문으로 알려지며 심심할 시간이 전혀 느끼지 못하는 하루에, 여든 중반인 스승님이 내게 줄 책을 두 권 사셨다며, 점심 지나서 지팡이 짚고 전철 환승해서 오신단다.


철학관을 오픈 하면서의 내 집념은 낼 써야겠다.


오늘은 오자마자 아기 출생 시간 예정을 잡아줬으며 좀전엔 지난 토요일에 처음 뵙게 된 김○○머리로 저장해 놨던 분이 다른 한 분과 들르셨다.


그래서 이분 이야기를 잠시 쓰려고 생각을 폈다. 차를 내드리며 이국적인 외모시라고 했더니 말씀을 술술 꺼내놓으신다.


“머리는 사십에 했어요. 시다부터 밑바닥을 해야 하는데 누가 날 안 써줘요. 나이가 아무래도 위이다 보니까 불편했겠죠. 그래서 억지로 한 곳에 갔는데 그집아이 학교 준비만 일 년을 하고 아니다 싶어 나왔어요. 머리라고는 아이 학교 갈 때 빗겨주는 것 밖에요.


구미는 시외버스터미널이라 아주 복잡하고 인파가 많아서 2층을 얻어 미용실을 오픈하고 잘 나간다 싶은 미용사 너덧명을 영입했지요. 근데 내가 배울 짬을 영 내주지 않아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미용도구점에서 인형 얼굴을 사다가 수준급 그들의 옆에 의자 하나 당겨다 놓고 혼자서 머리를 감고 푸르고를 종일 했어요. 커트도 조카들을 해주면서 가위질에 익숙해졌고요. 냉정하더라고요. 배움은 자리를 이어받기 매우 힘들어요. 이렇게 고난할 때 사촌이 인맥이 없는 미국으로 시집을 가는데 혹시 위험에 처하면 한국으로 다시 오겠다며 돈 좀 융통해 달라고 하대요.


이 십년 전에 칠백 만 원을 해줬는데 가족을 초청했어요 난 안 가겠다고 했는데 서운하다고 해서 다녀왔답니다.


이어서 로또를 맞은 기분을 얘기 감으로 던져주셨다.


“미국은 카지노 문화잖아요. 비행기에서 탁 내렸는데 겨울왕국에서나 보았던 궁이 꽤 넓게 있었던 것 같아요. 애틀랜타에서 친척들을 쫓아 들어갔는데 숙맥이 그냥 있으려니까 베팅하라며 돈을 넣어 줬어요. 갑자기 불이 휘황찬란하며 번쩍번쩍 무슨 소리가 나는데 주변에서 하던 이들이 원더풀을 계속 외치다가는 나중에 제자리로 와서는 박수를 치대요. 생판 모르는 제가 얼떨결에 3백 넘게 따서 식구들에게 나눠주고 교회에도 봉사했지요. 또 있어요.


여기까지 왔으니 바깥 구경은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에 뉴저지에서 뉴욕을 나갔다가 애먹은 얘기에요. 심심해서 시내를 나가볼까 하고서 버스를 탔는데 도중에 내려 구경을 조금만 하고는 이번엔 반대편에서 다시 사촌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어요.


제복 입은 흑인 여기사가 운전했는데 목적지의 방향을 잃게 되더라고요. 그곳이 거기 같고 가슴을 조이다 짤막한 영어로 길을 물으니 이 기사분이 댓 명이었던 다른 분들한테 양해를 구했어요. 뒤로 후진을 좀 더 가서 하게 되어 저는 땡큐를 하고 내렸지요.


집에 와서 말하니까 미국은 다 친절하지 않다. 그분이 유달리 친절했기에 또한 그 대여섯 분의 양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답을 일축해 줘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며 우리네 삶은 가지가지 개수가 많다고 하셨다. 다른 한 분은 얼굴은 좀 아닌데 남편이 잘해서 할 얘기가 없다고 하셨다.


세상사 다 비슷하게 살아가고 그들의 주머니 안에는 수 많은 이야깃거리가 먼지처럼 달라붙어 있다.


좀 있으면 스승님이 오실 시간이다. 찬바람 맞으면서 이야길 갖고 내게 찾아오시니 반갑지 아니한가


경청하고 모시고 있다가 인사드려야겠다.


나를 찾아주고 반갑게 대해주는 편함의 관계는 인연이다.


강아지끼리도 서로 짓는 아이가 있고 좋아서 꼬리쳐 주는 관계가 유지되듯 사람 사이도 그런 것 같다. 오늘도 감사한 말씀을 충분히 새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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