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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노가다

(13) 귀골스러운 됨됨이

by 블라썸도윤

막냇동생이 2월 말 직장생활을 그만둬서 도서관에 자주 가는 도중 내 사무실을 들른다.


벌써 몇 번째인가. 그곳 이사장직은 동생의 국장직으로 강등되어 업무 파악이 제대로 이해가 안 돼서 통화를 많이 한다.


- 골치가 아프네. 업무가 뭐 이리 많은가. 놀라운 노가다여. 뺑이치네.


- 그래서 메모 잘하시고요. 일일 마감과 통장별로 계정과목 각각 파일 정리 잘하셔야 해요.


휴우 한 숨소리에 나와 같은 띠인 이분한테 거들었다.


- 우리 동생 많이 고생했어요. 그런데 제게 글감을 주셨네요. 놀라운 노가다란 글을 따겠습니다.


- 하 하 하 ~~ 네. 그러세요. 저는 카피레프트 주의자예요. 그런데 뭔 업무가 이리 복잡한지요.


인스파이어를 주입해 드렸다. 벌써 질리시면 안 되기에.


사회생활에선 직위 구분이 없다. 어떤 위치에 있었어도 내 업무가 바뀌면 그 일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의 업무를 대신 맡게 된다 해도 내 직분에 맞는 일 처리는 상황에 맞게 처리해야 하므로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빨리 적응 하도록 해야 한다.


컴퓨터 앞에서는 아이콘과 파일 보며 이해가 쉬웠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꺼내오는 파일이면 기억이 헷갈릴 수 있기에 본인 노트에 따로 메모하는 습관은 중요하다. 자주 사용하는 계정은 포스트잇으로 나만 알 수 있게 단축해서 컴퓨터 옆에 몇 개 정도는 붙여놓으면 일을 터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이제 내 시간이 되는 일을 갖게 되어 아주 좋다. 병원 갈 일이나 특이 일을 빼게 될 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글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니 행복에 겹다.


동생업무를 맡게 된 이의 통화를 엿듣고서 내가 다시 직장생활의 자리에 앉아있는 압박감이 사실 일었다. 불편해서 엉덩이가 실룩거리려고 했다.


동생이 그런다.


- 국장님 이번 주 지나면 안 알려드릴 거예요. 외우기는 벅차시니 메모가 중요해요. 꼭 적으시면서 파일 보셔야 해요. 아셨죠.


사회는 냉정하다. 그리고 직접 상대방의 업무를 해봐야 나의 익혀진 업무 파트가 수월하다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내 작은아이는 타이레놀 제약회사의 업무가 짬이 나지 않아 방청회사로 이직했는데 직원들과의 트러블이나 대표이사와의 고충이 발생하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반면에 딸내미 친구는 업무가 너무 수월해서 안정감에 질린다며 좀 빡센 회사로 옮겼다. 얼마 뒤 아주 피곤하다며 공연히 움직였다고 직업이동에 대해 토로했다.


직장생활의 질은 책임감과 구별 없이 무게가 있으니 서로 따뜻한 배려가 중요하다. 과중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는데 못나게 인상 쓰고 있는 이는 본인이 잘나서 인줄 알지만 이 이가 퇴직하게 되면 주위가 휑하고 사람이 없어서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본인이 그리 뿌려놓은 걸 추수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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