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귀골스러운 됨됨이
해병대 장교는 집안이 부자였으며 집안의 반대였던 군 생활을 하면서 해병대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다. 일반 병사보다 장교는 대 여섯개의 혹독한 교육을 더 받는다.
어느 추운 날. 얼음 보숭이 둥둥 뜬 강화도의 시커먼 바다에 팬티 바람으로 들어갔는데 물은 집어삼킬 듯이 목까지 차오르고 몸은 붉게 얼어 앞으로 나아가는 수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파도에 쓸려온 쓰레기까지 목선에 닿고 있었다. 고된 훈련에 배겨나는 인원이 점점 줄었으나 결코 이겨내어 군 제대를 무사히 마쳤다.
군 장교로 제대 후 원자력 발전소에 취직이 됐다. 발전소는 모래사장에 지어졌으며 6개까지 늘어났다.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관리를 부인이 했으며 24시간 모래사장을 누비면서 근무하곤 그랬는데 좋아하던 골프도 치지 못했다. 돈 관리를 부인이 하게 된 건 한 대통령의 지시에서 온 것이라 이때는 남편은 벌고 부인들이 맘대로 돈을 움직이는 대로 썼다. 일명 된장녀가 되어 소비 사치가 심해졌다.
사업을 해볼까 싶어 통장 잔액을 보니 0원이었다. 머리에서 발까지 발끈한 남편은 트렁크에 옷 짐을 싸서 전화로 부인을 불러냈다. 법정에 부인을 서게 하니 부인은 온갖 치장을 두른 귀부인이었다. 사치가 여자 얼굴에 다 씌어있어서 이혼이 자동 성립됐다.
후회를 접고 다시 열심히 노력하고 성공해서 집 한 채를 근사하게 짓게 된 것은 해병대 물귀신 정신이었다. 잘 버텨냄으로 또 이겨내서 재혼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암에 걸린 걸 늦게 안 것이다. 집을 두 번째 부인에게 물려주고 본인은 산으로 갔다.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마지막 해병대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이분은 이모가 수녀님이시며 할머니는 신부님을 특별히 보좌하는 도우미 분이셨다.
성당 다니시는 분이 오늘 들르셔서 말씀해 주시는데 집 지어놓고 제대로 활용해 보지 못한 이야기로 글이 됐다.
성향이 반대로여서 다르다를 늘 짊어지고 사는 부부는 동반으로 움직여도 결이 틀리다.
* 파도와 쓰레기가 목선까지 올라온 이야기를 해주신 분이 핸드폰으로 본인 얼굴을 그림에 삽입시켜 주심. 하 하 하 웃으라고 안 해도 웃김.
그냥저냥 살아요
떠나가신 임께서
어떻게 사시냐고 물으시면
그냥저냥 살아요
매화가 구름처럼 피었는데
어떻게 지내시냐고 물으시면
그냥저냥 살아요
장맛비가 강둑을 넘쳤는데
어떠시냐고 물으시면
그냥그냥 살아요
은행잎이 떨어지는데
바람이 차갑지 않느냐고 물으시면
그냥그냥 살아요
눈보라가 몹시도 차가운데
임께서는 어떠시냐고 물으면
아무 대답이 없네요
임께서도 그냥저냥 사시나요
<인천 시인 이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