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귀골스러운 됨됨이
오늘은 2025년 3월 9일 뜻이 있는 날이다. 서현씨의 장녀가 결혼식을 하는데 우리 사돈댁도 예식장에서 혼례식을 갖기 때문이다.
서현씨는 축가 연습을 부지런히 했고 내 사위는 어젯밤에서야 ChatGPT로 축사를 짧게 뽑았다. 서현씨는 눈물이 나지 않고 자신 있게 가창을 했는데 사위는 울컥울컥 목이 멨다. 사돈댁 상견례 때도 눈물을 찔끔 보이고 내 사위로 정식 인정 받던 날도 눈물을 뒤로 뺐다.
사위와 딸이 결혼식복 차림으로 사돈댁에 쓰였던 삼단짜리 케이크 중 아래 큰 부분을 들고 우리 집으로 왔다.
딸내미 결혼식에서 뵀던 사돈 할머님부터 형제들이 많은 사돈은 양가 가족 앞에서 드레스를 입고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은 6월에 유럽 여행을 잡아 놓았단다. 나이는 들었지만 치다꺼리할 것이 없어서 홀가분하여 혼자 다니던 여행 이젠 두 분이 하면 될 듯싶어 잘된 일이다.
예식장에서 예식을 올리는 게 관공서에서 하는 것보다 현란하고 호사해서 좋다. 재혼식을 나이 들어서 추잡스러운 생각으로 가졌다면 오해 같다. 여인들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어한다. 지난겨울에 법원에서 있었던 예식보다 정식 식장에서 하는 예식다움이 여인이나 눈요기에 좋더라. 저명 인사급 이라 해도 난 예식장을 추천한다. 축하받는 기분이 나기 때문이다.
* 복도만 화환으로 화려했다. *
남편 쪽 딸내미가 결혼식 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캐나다에서 축사와 케이크 준비까지 해왔다.
내 큰 아이가 보탠다. “엄마, 어머니 드레스 보니까 화려하고 우아했어. 그래서 내가 부러운 눈빛으로 어머니한테 드레스가 잘 어울리세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나해도 이십년 후에 결혼식 기념일을 가지렴.”
그래서 사위와 그러자고 아예 약속 했단다. 형제가 많아서 예식장에 친가족만 있어도 예식장을 빌릴 만하다며, 재혼이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멋이 있어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처음엔 뭔 결혼식이야. 저번에 가족끼리 밥 먹었으면 됐지. 그랬는데 실제상황은 벽을 넘는다고 부러운 표시를 냈다.
나이 들어서 재혼하는데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결혼식까지 호응해 주는 요즘 시대에 더한 트랜드는 축사도 ChatGPT가 해결해 주고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지시를 내릴 것 같다.
다리 다치기 전부터 가족사진 찍기로 오늘 약속이 미리 잡혔던 건데 태양이의 슬개골탈구로 인해 한참 나중으로 연기됐다. 딸내미는 사위와 축가를 부르고 싶었는데 상대 쪽 따님이 축사로 하자고 해서 준비는 하루 만에 했지만 사실 무지 바쁘고 피곤할 뻔했잖은가. 예식이 있으면 메이크업 관계로 새벽 일찍 분주하기 때문이다.
작은아이랑 사위가 찌찌뽕 같이 말 나왔다.
- 나보다 먼저 어른들이 드레스 입어.
- 처제보다 먼저 어른들이 드레스 입어.
나랑 소현이 빼고요.
* 사돈댁 축하드려요. 드레스가 잘 어울리시고 예쁨 뿜뿜 입니다. *
나의 추가적인 말 한마디!
남편들이여! 내 아내를 꽃으로 보아야 하오!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돈댁이 건강해서 새살림을 내는데 박수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