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귀골스러운 됨됨이
지난겨울 청국장 주신 팝송맨 아저씨가 빵을 들고 들르셨다. 요샌 돈이 안 돼서 폐지도 안 줍고 수급자로 영위하시는데 지나가다 어쩌다 오시면 인생 이야기나 먹거릴 갖고 오신다.
내 사무실엔 인성이 좋은 분만 맘대로 오실 수 있다. 처음엔 부동산 업자, 간판 업자, 무슨 법사, 교회인, 봉사단체 등등 줄을 이어 이 동네 텃세하듯이 들락날락했지만 쓸데없이 난 척만 하고 피곤하게 해서 “여기 그만 오셔요.” 하여 이들 발을 끊었다. 나중에 한 사람은 제과빵 교사였는데 파킨슨 환자로 부인은 이곳 근처에서 요양보호사를 한다. 부인이 수시로 전화하고 역시 교사인 자녀가 연락하면 거짓말을 시키며 여기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꽈당 꽈당 넘어져서 집에 그만 가보시라면 “나 심심해요.” 하면서 소파를 가져다 놓으라는 둥 자기 후배까지 데려와서 커피를 타 놓으란다.
또 싫은 말을 하게 했다.
“넘어져서 다치면 내 책임도 있고 누가 보면 남편인 줄 알아요. 이제 그만 오셔요.”
6개월에 한 번은 또 죽치려고 해서 어떻게 오셨냐니까 이제 안 온다. 아래 야채가게 아저씨가 여길 왜 오냐고 소리도 질러주셨지만 희한한 사람들 같으니 잠깐 차 한잔 마시러 오는 것도 아니고 피곤한 사람들이다. 대차게 정리를 잘했다. 둘이 운영하는 아래 정육점도 그랬단다.
팝맨 아저씨가 오늘은 잠깐만 앉겠다더니 내게 게임 서버를 열 수 있냐고 한다. 난 이런 거 모른다고 했더니 지천이란 게임을 설명해 줬다.
처음 접하는 게임용어에서 이런 것도 있구나. 나는 요만큼이라도 게임을 알게 되는구나.
설명을 들었다.
- 나이 들고 낙이 없으면 게임을 하는데 지천 게임은 질리도록 한 게임을 하는 거예요. 치매 방지에도 좋아요. 무제한 데이터를 쓰면 요금에 제한받지 않고 게임을 즐기게 되죠. ‘몹’ 이라고 인터넷 게임에서 제거 해야 하는 대상이에요. 중수는 활 한 가지만 쏘는 것이고 마법사 검객, 창 쓰는 이, 붓 등이 있걸랑요.
레벨이 맞아야 하며 다구리라고 해서 여러 마리가 하나를 처벌하는 거예요. 레벨이 세면 몹 자체가 빨갛죠. 나보다 높으면 빨강 그다음은 노랑, 나랑 동급이면 하양, 밑으로 내려가면 연두이고 파랑도 있으며 맨 밑이 회색이어요.
그런데 고수란 것이 우리가 편히 노는 곳에 와서 상식 없이 우리 걸 죽인단 말이죠.
50대 중반 여성은 현(현금)으로 장비를 구입해서 3천만 원을 잃었어요. 아구 왜 그 짓을 하나 몰라요. 문파에 가입하고 우두머리 문주가 있게 되죠. 부문주도 4명은 되어요.
영자(운영자)가 업데이트해서 아이템이 줄면 재미가 없어져서 탈퇴하거나 장비를 현으로 사게 되는 거죠. 아이템 숫자가 죽으니 게임 자체가 노가다예요. 사이트 한다고 하면 이게 현 거래 하는 것이죠.
내가 제대로 알아들었는가는 모르겠으나 오늘 게임 용어 몇 개는 알아들었다.
본인 이야길 들어줘서 고맙다며 댁에 가서 전기온풍기를 가져다주셨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담소하면 세상 이야기를 퍼오게 된다. 몹이란 용어를 알게 됐다. (몹은 순수 우니나라 말로 인터넷 게임에서 제거해야 하는 대상을 뜻함) 그리고 무조건 지나치게 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