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볕 드는 쪽에 머무른 향기
사십육 년 지기 짝꿍을 송도 끝에서 만났다
꽁춘이라는 별명을 아직도 갖고 있는
속내의를 서로 깊이 알고 있고
친구는 에이비형인데도
한 번도 다툼이 없던 짝꿍이다
우린 늘 호프 오백 밀리와
옛날 치킨을 뜯는다
글은 좋아하지 않으면서
사진을 군데군데 찍으라며 안내를 한다
글에서 멀다 보니
연애편지 답장도 내가 대필해 줬던
허물없는 친구
이 친구가 나를 만난다고 남편한테 말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와도 나인 줄 안다
출퇴근 십 년을 했던 인천대교 투탑이
석양에 비친 모습 감회가 새롭다
매일 다닐 땐 못 느껴봤던 양면성
트윈볼 근방 산책을 마친 후 지하철 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미야 작가님의 향기를 담아
내 글을 구워주신 글빵냄새를 맡았다
가슴에서 팍팍 불꽃놀이 폭죽이 터졌다
당신의 글방에서 나의 브런치 일주년을
응원했는데 그곳에 들른 댓글러들
시샘이란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이
모두 나까지 지지해 줬다
영광을 얻었고 나도 임영웅 팬클럽
오빠부대처럼 든든한 지탱 줄이 생겼다
이 기쁘지 아니한가
계속 쓰다 보니까 이런 영광도 얻게 된다
천재성보다 꾸준함의 노력이 강하다고
글빵을 구우실 때 덧붙임의 레시피로
앙꼬처럼 올려주신 말 새김이 되더라
애니버서리 케이크에 촛불까지
감격의 선물은 손끝이 풀릴 때까지
잊어먹지 못할 감동이다
집 도착하니 아침에 해놓고 간
수박 속껍질을 오이노각처럼 무친
아삭한 나물과 소고기가 구워져 있다
내 둘째한테 감사함으로 꼭 안아줬다
오늘도 행복은 곁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축복받은 날
무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