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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안이 건조해졌어

(2)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들아

by 블라썸도윤

가을을 알려주려고 코안이 부쩍 건조해졌다. 가~아~을 요렇게 느긋이 기웃하고 있다가 내 신체의 피부 닿기로 먼저 쑬렁여준다.


봄(보다) 여름(열었다) 가을(간다) 겨울(겨우) 계절의 이름은 혀에서 척척 껄어붙으니 좋다.


특히 나는 연두색 봄을 탈 땐 주렁주렁 귀걸이 걸고 짧은 꽃분홍 치마로 살랑살랑대며 손에든 걸랑 내팽개치고서 콧바람 쐬러 나가려 하고, 갈색 가을엔 손바닥만 한 수필집을 달고 사색에 잠겨서 살고 싶어진다.


내 마음이 보일락 말락 들킬락 말락 계절 뒤에 그림자처럼 쫓아서 거닐고 싶은 거다.


덥다를 달고 산 찐여름 내내 화려한 색으로 유혹했던 꽃잎들 그냥 냅두기 아깝다네.


어두운 밤 되면 깜깜한 곳을 스스로의 빛으로 불을 밝혀 땅에 떨구기 전의 꽃잎을 물고서 별들은 날아간다.


모두들 잠들었다고 하지만 아직 뒤척이는 이유 있는 이들에게 창문 틈으로 물어서 뱄던 꽃내음을 살살 뿌려준다.


“어서 자요, 통잠 자요. 우린 낼 또 다른 방을 기웃해서 그들의 창문에 꽃잎향을 넣어줘야 하지요.”


내가 반짝이는 별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니 가을이라며 이렇게 속삭여 줬다.


그러네. 한 장 넘긴 달력에 추석의 빨강 글씨가 며칠 내로 돌아옴을 보라고 알림 해줬어. 응시하고 있는 하늘이 좋고 반짝이는 별이 아주 예쁘게 빛내줘서 내 머리 위를 자주 봐주거든.


아, 가을은 하늘 높이에서도 코끝 간지러움을 타게 해. 후딱 지나기 전에 더 느껴야지. 여름과 가을의 중간을 더 맡아보자. 코스모스랑 나팔꽃이 고개를 가는 허리로 쭉 밀어대기 전 추억 새긴 여름을 노트에 옮겨 놓고 보자.


한 해 지나서 또 올 여름이지만 올여름과 반드시 같지 않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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