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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 숲냄새 따라서

(5)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들아

by 블라썸도윤

나이가 가을을 또 집어댔다. 속이 얹힌 것 같이 가슴이 답답하다. 이젠 그런 나이가 온 거래. 이십 년 주기로 팍 나이 들어가는 게 몸에서 표시가 나대지. 그냥 영글어 갔으면 좋겠구만. 그리 쉬운 말은 아니야. 가을은 서둘지 않았어도 바짝 있는데, 속에 채워준 것도 없구만 갑갑하다고 찌르네. 기색이 영 안 좋아. 숨쉬기 운동이 필요 요소로 나를 밀어낸다.


관모산자락의 대공원에 가야겠어. 그 작년 숲체험에서 받은 영감을 좀 묻혀오기라도 해야지. 피톤치드 마시러 가자. 잘 녹아있는 이 냄새가 사시사철 온 집안에 풍겼으면 참 좋겠어. 평안해지게.


전철로 세 정거장. 오늘 저녁 이곳에서 이미 나를 자석처럼 손짓했다. 발길이 옮겨짐. 초입부터 큰 나무들 틈에서 내게 면역을 높여주는 초록냄새가 풀풀 나왔다. 저절로 탄성의 입이 벌어지니 숨 쉼이 고르게 되더라. 액상 제품이 아닌 천연 자연의 치유제. 오길 참 잘했다. 그윽한 풀냄새. 건강을 풀어주는 좋은 기운 냄새. 숨이 계속 우쭐댄다.


*인천 대공원의 호수*

물소리와 숲이 어우러진 인공호수에 다다르니 물오리의 꽥꽥 소리에 태양이랑 같이 우리는 반응했다. 게다가 친구들이 이쪽에 살았기에 그들을 하나씩 편지 겉봉 뜯어낸 듯 이름을 하나씩 찾음했다. 그들이 그리워졌다.


덩치는 큰데 아기 냄새가 나는 기호, 곱슬머리라 노상 머리를 땋고 다니던 영애 키가 작은 1번 금순이 이들은 이 동네서 시골스러운 향기를 갖고 다녔다. 나도 친구들의 이 냄새를 기웃거리며 장수동 대공원으로 불리기 전 땅 공사 시작하기 전 놀러 왔었다. 이름만 번쩍 기억되고 볼 수 없는 너희들을 빨강 우체통 앞에 서 있어도 만나보지 못한다.


피톤치드 향기엔 친구들 교복 냄새가 배있다... 지금 들이키는 산소(O₂)와 질소(N₂) 사이를 친구들이 바스락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지 느낌이 다르다.


관모산자락에 너희들 친정이 아직 자리하고 있진 않은지 풀숲냄새와 친구들의 풋풋한 향기가 마음에 벌레가 기어들어간 것마냥 꿈틀댄다. 보고싶다. 여기 왔기에 만나보고 싶다. 저번에 왔을 때도 그리웠었어. 너희 발자국이 지금의 인파보다 먼저 찍힌 장수동 대공원은 내게 숨을 고르게 쉬어 주라고 숲냄새를 뿜어준다.


숨 답답함을 다 솟구치자. 밥알도 오래 씹게 되는 나이가 저절로 먹어졌다.


가는 해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다란 팔 쭉 뻗어 사람 몸에 붙은 본 냄새를 잡아다녀서 당긴다. 이럴 때 우린 큰 숨을 내쉬고 크게 드링킹 하자. 속 시림도 후~ 바람으로 날린다.


새 기운은 새 가슴 포대에 싣는다. 아픔의 벨이 울리기 전 내뱉어준 것보다 더 많은 나무숲 향을 들이대자. 나 말이야. 정신 차리게 중후해지게.


숨을 크게 내뱉고 충분히 들이마셔 주는 것. 그것도 피톤치드로 - 더할 나위 없는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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