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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과 예감

(16)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들아

by 블라썸도윤

새벽에 잠이 안들었다. 수면장애 치료가 안 돼서 문제지. 잠을 피해가며 업무에 시달렸던 후유증임을. 생체 리듬의 호르몬이 변심 되어서 잠을 편히 못 이루는 게 곤혹하다.


자다 말고 딸내미가 말을 붙인다.


“엄마 나 생새 같아. 꿈을 꿨는데 일본에서 아주 착하고 효녀인 딸이 작년 10월에 죽었다고 하네. 이 착한 이가 강아지로 환생했대. 내게 알려 주는 바람에 지금 깨게 됐어.”


“태양이 같아. 우리 반려견 11월에 출생했잖아.아무래도 그런가 보다. 우리 강아지 태양인 강아지류를 그렇게 가깝게 대하지 않아. 사람한테 친밀하지.


환생이란 걸 나는 믿고 있다. 꿈을 꾸는 영혼이 있기에 나도 내 아이의 꿈을 신의한다.


승리한테 못 다해준 것 태양이게로 실컷 누리게 해주자. 사람 쫓아 말을 하려고 태양이 혀가 돌아가지 않던가.


태양인 자기가 우를 범하지 않았을 땐 가차 없이 짖는다. 크게. 우리가 "미안해" 해줄 때까지.


같이 두루뭉술 대화를 많이 하고 쓰담쓰담 살아가서 눈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듯 사랑으로 케어하자.


말 못 하는 짐승이라 하나 우린 소통하고 있다. 생새 꿈처럼 그 기분을 받아들이자. 정말 그랬을 것 같다.


하늘나라 별은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이야!


이쁜 것을 잘 알아서 천사 되도록 물고간다.


*영감(靈感) - 신의 계시를 받은 듯한 느낌

*예감(豫感) -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느낌


쌉쌀한 이른 봄이었다. 태양이가 매가리 없는 흰 비둘기를 쫓아간다. 색소침착증 유전변이인 하얀 비둘기는 아파 보였다. 얕은 담에 살짝 띄어서 올랐는데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태양이 데려다주고 전철 출근하려는데 이 애가 아직도 꼼짝않고 있네. 퇴근길에 못 볼걸 봤다. 자동차에 납작쿵이 돼버렸다. 잘 가라고 기도를 품어주고 앞으로 더 나가야 하는 걸음에 쇠뭉치를 달아놓은 거 같다.



가여운 맘이 가득 차네. 하늘나라에서 부디 행복 하거라. 행 복 해 야 해!


담날 아침 태양이보다 조금 더 큰 연한 갈색 푸들이 집에서 나와 집을 못 찾나 보다. 털도 미용하고 공원에서 많이 본 아이 같은데 꼬리를 엉덩이에 바짝 붙이고 도망을 가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난 안봐야 할 걸 봤으니 종일 시리다. 염려를 가슴에 딱지처럼 잔뜩 붙였다.


사람들은 살면서 아파하며 좋은 것만 만날 수는 없다. 안 좋은 것을 헤쳐 나가는 게 인생이다.


꿈을 가지고 실현을 이루려고 한다.


사람한테 영혼이 있으니 꿈을 꾸는 것이고 영감과 예감을 그냥 무시할 수 없다. 지나가는 뒤통수가 따갑다면 내 뒤에서 뒷담화하고 있으며 그럴 것이다의 예감은 적중률도 높은 편이다. 평소에 말을 조심하며 사람관계를 유치하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앞전에 경복궁 생과방 체험을 했을 때 지나가는 우리를 계속 주시해서 보더라고. 이번엔 옆구리가 삐뚤어진 것 같아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모녀지간에요.”


“어머 난요 이상했드랬어요. 돈 많은 연상녀를 총각이 잘 물었는지 봤어요.” 으흐 이런 일이 생겼다. 에고 우린 수라상에 예스럽게 나온 고유차를 음미하고 장미로 피어난 참외정과를 요리조리 훑어보며 먹기나 하자. 참외정과는 요염새가 있었으며 야리끼리 하듯이 구미에 당겼다. 그런데 조금 떨렸다.


궁중에서 임금님 높은어른이 받는 수라상중 다과를 받은 상인데 궁녀역을 얌전히 공손하게 치룬 알바역에서 대접 받은 느낌이었다.



이상한 얘긴 지금부터다. 나는 지금 사무실 건너편에서 아가씨 때 팔려 갈 뻔했다.


① 버스 정류장에 승용차를 탁 세웠는데 1자리만 좌석을 남긴 자리에 나보고 타란다. 동사무소를 못 찾으니 차로 타고 알려주면 다시 정류장에 데려다 주겠단다. 계속 돌면서 내게.


② 우리 때는 정장에 뾰족구두 힐을 아가씨들은 거의 신었을 때이다. 역시 양복 입은 젊은이가 차를 내 쪽으로 자꾸만 바짝 붙여대서 뒷사람 두 분한테 사정을 말하고 가까이 붙어서 갔다.


③ 소화가 안돼서 세 정류장을 걸어서 퇴근할 때다. 일부러 미리 내린 건데 회사 작업복을 주워 입은 소도둑놈 같은 젊은이가 계속 쫓아와서 시장 안으로 들어가 닭집에 사정을 얘기했다. 두리번거리다 그냥 가더라.


④ 노인네가 무겁게 보이는 보따리를 이고 들고 가길래 “짐 벗어 날 주소” 받아 들고 골목길 들어서는데 밖으로 난 계단에서 젊은 남자가 손짓을 하더라. 보따리 팽개치고 큰길로 부리나케 뛰쳐나왔다.


⑤ 실제로 만수동 살 때 막내동생은 엄마 고무 슬리퍼를 신고 친구가 밥솥 얹히는데 갔다가 10여분 걸려서 다시 집에 왔단다. 이 친구가 밥하냐고 불쏘시개 넣는 걸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내 막내동생이다. 섬짓하다. 식은땀이 솟치며 수상함은 뒷골을 옴싹하게 했다. 지금도 뒤를 쳐다봐주고 걷기를 한다.


학교나 가정, 주위에서는 예절교육으로 선한 일을 내세우지만 화들짝 놀라는 이런 경우가 다 생기더라.


각자 도생하고 친절은 무시하자. 소름이 확 돋아서 닭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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