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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의 본토를 떠나며

(14)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들아

by 블라썸도윤

엊저녁 댕댕이 숙소의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 몇 개를 신발로 비벼서 깐 걸 부지런한 딸내미가 아침 일찍이도 쪄내서 아침 요기를 잘했다. 엄지손톱만 한 것이 실하고 맛이 달갑다.


*종이컵으로 하나가 됐네. 고소함이 더 한 건 직접 밤 가시를 신발로 벗겨내서 일 듯 싶다.*


우리 태양이랑 둘이서 먹으며 강릉엔 언제 또 올 수 있으려나 야트막한 생각을 가졌다.


짐 정리를 마치고 강릉의 유명한 두붓집인 동화가든에서 순두부 정식 밥상을 받았다. 순두부는 순순하고 밑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과 장아찌류가 구미를 자극했는데 그 중 무짠지는 아주 쫀득한 게 쫄깃해서 젓가락이 자꾸만 갔다. 건강밥상을 물리고 옆 건물의 초당 아이스크림 맛집에서 아이스크림을 줄 서서 시켰는데 흑임자 맛이 최고다.


집 방향으로 상행하면서 대관령으로 빠져 삼양기업이 운영하는 목장라운드힐 체험을 했다. 한쪽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로 이동해 하차해서 양몰이 하는 보더콜리를 보니 푸들이었던 가족의 공동 첫사랑 승리 생각이 났다. 우리 승리도 이런데 오면 공연을 참 잘 해냈을 거 같기에 보고픔이 몰려왔다.


집 가는 차 안에서 태양인 쉬가 마려 꿈틀로 생리현상 표시를 해주고 난 오늘 일정을 간단히 끄적인다. 집에 가면 곤해 빠질 것 같으니 정리를 한다.


노인 꼰대에 속하는 나를 잘도 같이 어울림 해주는 큰아이네와 내 짝꿍 작은아이한테 매우 고맙다고 했다. 짐보따리 챙김은 물론 녹용액을 예까지 챙겨와서 데워주고 혼자서는 이렇게 편히 감히 나설 수 없으며 퀸 대접을 받았다는 뿌듯함에 감사함이 뱄다.


댕댕이 숙소에서 태양이랑 작은아이 옆의 나는 그네가 슬슬 왔다 갔다 할 때마다 기분좋다를 연신 해줬다. 청정공기 콧구멍에 들어오는 자연은 미소를 반지르르 짓게 해준다.


“여기 좋아?”


“최고 좋아!


행복해서 감격했는데 내 몸에 묻혀온 신선한 공기 때문에 종일 기분은 들떠 있다. 집에 가는 방향이어도 설렘이 남아 있다.


청개구리도 보고 양 떼랑 산 고개 넘을 때 질경이랑 씀바귀가 아는 체를 해줌도, 또한 고랭지 땅콩 배추엔 특히나 눈이 초록으로 가고 어느 것보다 자연에 깊게 묻힐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을 다 내줬다. 어제 그 짙푸른 바다에서 느낀 감정들까지 내 얼굴에 씌워진 밝음은 내 소중한 가족과 자연에서 무한히 받은 청정 자체다.


*양몰이 해줄 보더콜리*


세상 구경을 잘했으니 행복에 겨웠다.


“엄마 앞으로도 안 간다고 하면 안 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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