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들아
가을 문턱의 풀벌레 소리
간주곡이 귓가에 살 살 오르락거렸다 찬 이슬이 맺힐 즈음 창문에 오선지를 그려댔네
간질간질 간드러지게 찌르르 필리리 베개맡으로 다가온 음향이 눈을 감은 채 감상만 하라며 은근히 귓속말을 들려준다
그래야 더 화음이 어울린다고 지들끼리 미리 엊저녁 약속을 짜고 예약을 해놨다
가만가만 들으니 눈은 정말 떠지지 않고 빈 가슴에 풀벌레 합창곡이 가을 문턱을 내준다
그래서 알았다 세상을 색 입혀 주겠다고 소곤소곤 속삭여주고 새벽녘의 샛별을 델꼬
지들 본거지인 풀섶의 정지문을 닫았다
동창이 밝아오니 파란 하늘을 내어주려고 사뿐사뿐 느리게 잠깐을 노래로 멜로디 화음 이음줄 붙였다가 잠자러 들어갔다
참 고요했다 몸을 비틀기 싫다 조금만 더 읊어주지 귓볼 곁의 자장가로 몽근해서 흔들 그네처럼 미동을 탄다
자연의 음악회는 친근하다 낯선 이가 지나가다 말고 단풍의 예고를 알아채간다
자연의 몸짓을 여유롭게 포옹하고 가을을 끌어안고 진짜 잠을 든다 자장가였기에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를 너희는 알림 해주려고 섬세하게 울어댔다
10월 8일 새벽 푸르릉 ~ 푸릉 우는 소리가 가녀린 풀벌레 음색이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 결코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오늘이 한로라고 라디오에서 진짜 가을임을 멘트 해줬다. 실감이 났다.
새벽녘 풀숲의 작은 음악회에 빠져드니 눈 비벼댄 아침은 창문에 가을빛 청량함이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