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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해서 다툼이 있어요

(22)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들아

by 블라썸도윤

그러면 안 되는데 어제 조금은 들떠 있었다. 많이가 아닌 것은 욕심을 버리려고 마음을 내려놓는 중이니 살짝 들떠서라도 상처받지 않으려 함이다.


새얼백일장 글지음은 낙방이 됐다.


아쉽기는 했으나 큰 숨을 몰아쉬니 ‘에잇, 감나무에서 익은 감이나 내 손으로 떨어졌으면 좋겠구나.’ ~ 이 말은 농담이다. 마음 편함이 최고이기에 얼키설키 꼬이지 않고 밋밋한 속내로 무리를 두지 않기로 했다.


저녁 산책에 이웃의 목사님을 뵀다. 장군이네 집 앞을 바라보는 웰시코기인 ‘꼬맹이’를 봤기에 “장군이 만나고 싶니? 꼬맹아” 했더니 목사님이 받아치셨다. “둘이 비슷한 체격이라서 그런지 만나면 으르렁대요. 비슷해서 다툼이 있어요.”



가까운 친구인 꽁춘이랑 나는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 서로 그렇구나를 끄덕여줘서 일 듯싶다. 그런데 친구는 결혼 후 신혼부터 깨가 쏟아진다며 나를 자주 만나주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도 신혼을 즐긴다며 외출을 삼갔다.


이랬던 친구들이 지금 나이가 들고 남편들이 정년퇴직해서 삼시세끼 챙겨줘야 하니 밖으로 돌라 하고 이따금 “시간 나냐?” 묻는다. 내가 젊었을 땐 안 나오더니 삼식이 밥 힘들다며 외출을 자제하지 않으려고 마트에라도 일부러 나간단다. 또래라서 으르렁 크르렁대는 건가 남편이 가까운 사이이니 맞먹고서 다툼이 인단다.


나야 묵직한 남편과 처음부터 놀이터 한 번 못가고 살았으니 애초부터 심심함을 끼고 살아서 생활이 돼버렸지만 훗날 노년에 가까우면서 지면떼기 느끼는 주위 사람들은 사는 재미가 없다고 불평들을 한다. 그럴 이유도 다 안에는 이유가 있다지만 늦게 즐거움이 없다는 데에는 난 부족한 이해를 갖는다.


“그제는 같이 달구경을 했어. 오늘은 아파트 거주 주민만 애용할 수 있는 커피숍에서 둘이 차 마셨어. 이젠 손잡고 다니자며 내가 약속을 걸었다. 그런데 집 들어갈 때 앞장서서 저만치 쑥쑥 가버린다. 첫사랑의 애틋한 호기심과 떨림이 안되는 노인이 되어서인가 봐.” 불만을 투덜댄다.


같이 나이에 갈색 물드는데 어느 한쪽이 치우쳤으려나. 부부동반 모였어도 챙겨줌에 나는 그리로 눈을 돌렸었는데 이젠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하는 건가. 다 큰 자식들 믿고 큰소리치며 산다면서 바래진 사랑에 부족함을 탓하는 것 같다.


내 아이들이 어린이였을 때 시간 내주지 않아 난 혼자 호프집에 가서 앉아 있기도 했다. 저녁밥 굶고 기다린 남편이 연락 없이 너무 늦게 와서 헛짓한 적이 있는 내게 너희에게 쬐금 서운했었는데 지금은 너희가 나를 보고 “넌 좋겠다.” 부러움한다


나를 부러워하는 헙헙한 친구들아! 같이 얼룩 가을을 밟고 지나가는 멋쟁이 친구들아! 초록에서 갈색으로 변장할 때 남편지기 손 꼭 잡고 걸어봐 네가 먼저 팔을 붙들어. 그래서 석양빛 붉은색을 집안으로 끌어들어가렴. 붉은색이 바래래면 시간이 또 필요할 거야. 그럼 또다시 반복하고 둥근달을 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건 다투기 싫다는 것일 게다. 닮은 감성이 일어서 하늘을 둘이 봐주었을 것이고 같은 곳에서 달을 함께한 마음으로 점점 시들했던 자리를 다려보고 싶었던 게다.


안 그러면 산책길에 나서줄 수 있겠니? 너의 소매로 떠오른 달을 닦아 줘보련. 남자는 점점 여성화가 돼가니 문질러 준 달을 더 지긋이 바라볼 게야. 환해진 노랑 빛에서 너의 옛적 모습을 찾으려 하겠지.


동네의 공기를 끼고 걸으면서 미워졌던 남의 편 같은 내 짝지를 내 편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겨.


취미가 맞으면 좋을 텐데 여당치 않으면 가깝다고 해도 기본 예의는 서로 지키자.


나이 들면서 아이화 돼가면서 토라지지 않게 노인 유지를 잘하자. 한 자리에서 둘이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건 비슷하게 닮은 생각을 갖는 거 아닐까?


연애할 때의 초심처럼 첫 번째로 내 가정을 꾸릴 때의 떨림처럼 두 부부가 기분을 내어봐. 나를 애초에 밀어냈듯이 날 부러워 마라.


그러나 나 지금 행복하다. 글지기 벗이 생겨서 기운이 솟고 있어. 글을 쓰기 어렵다는 니들 손바닥만 한 책이라도 가까이하면서 정서를 가져보면 좋겠다. 물론 은례는 배드민턴에 손 힘을 주고 있으니 덜 걱정 되지만 심심하다고 느끼는 너희는 웃기는 그림책이라도 들여다봐 봐. 생활의 패턴이 달라진다. 빈 종이엔 미워지는 남편 얼굴과 네 얼굴도 그려봐. 주름과 흰머리는 속일 수가 없겠다.


오늘도 네 부부는 뷰가 좋은 너희 아파트 공원을 걸었을 것이니 말을 시켜봐. 시시콜콜한 지나간 말은 하지 말고 나풀대는 풀과 찌르릉 벌레 소리에 대하여서도 말을 붙여보렴.


나이 드니 싫증 난다는 부부사이에 내가 끼어봤다. 한 길을 같이 산책하면서 뭐가 부족이니. 이 또한 아름다우리라.


마음 당김 이어서 밤의 빛이 덮어주리라!


사랑의 대상이 꼭 이성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니 예쁜 것에 눈을 주시하고 내 가족의 소중함을 고마워하고 있을 때 잘해!


그리고 너희들 남편 손을 잡아 너희 손에 쥐어 줄 테다. 이 인간 웬수 바가지 앙숙이지 않는 이상 단순한 남편의 눈에 너를 낑길 수 있다. 지나간 지우개 자국을 촛불에 대면 나타날 것이 아니니 마음의 짐을 벗어야 해. 가볍게 살자. 단순 쫓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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