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글 쓰는 손을 놔주고 글방에 올라온 글만 주목하려고 했는데 아침 산책은 오늘도 쉬지 말라고 지침해 준다.
댓글을 예쁜 말로 열심히 달아주시는 relish 작가님의 응원에 힘을 입어서 꽃 같은 마음으로 손을 쥐락펴락 하게 됐다.
사극 선비의 손처럼 늘 책을 들고 글을 가까이하는 양반임을 묘사해주신 relish 작가님 앞에 쑥스럼을 타며 그냥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지금 또 쓴다고 답해드린다.
또 하나는 어제 달팽이 자리에 가을묻힌 꽃다발이 놓여 있어서이다.
가을의 노랑 갈빛 꽃들은 왜 여기에 다발로 들어와 누워 있는 것인가? 어제 봤던 달팽이의 겉껍데기에 긁힌 자국들이 눈앞에 서성거려졌다. 이 아이 주인장이 세상 밖으로 보내주곤 이토록 크게 자란 사랑이 못 미더워서 다시 돌아와보니, 생명을 다해 꽃을 놓아 준 것 같은 나의 기분이 그런 거다. 사실화처럼 꾸며대는 것은 내 상상이다. 여기 비닐에 담아 놓인 꽃다발 왕 달팽이의 추모일는지 가슴이 휑해진다.
그렇다면 보내주는 이의 애절함이 추모로 꽃을 대신해 줄 수 있다. 반려 가족이므로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볼 때마다 많은 말을 시켜 봤을 거 아닌가. 느낌으로도 알아차리고 다가와줬을 반려의 의미.
나도 고개를 숙여줬다. 지나가며 본 분들이 더러 있었나 보네. 추모해 줬나 보다. 한마디씩 하며 지나쳐간다. 달팽이 애가 워낙 커서 눈에 잘 띄었을 것이다.
나 혼산도 많은 요즘에 반려 동식물을 많이 받아주며 의지들을 하니 그나마 마음 챙김과 사랑이 이런데서라도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에 다행으로 여긴다. 척박하게 혼자서 외로움을 타지 말고 무엇이든 내 손과 마음이 닿게 하여 기분을 정화시켜 주는 게 맞다고 본다.
같이는 좋은 동무다. 어울림은 힐링도 되지만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준다.
외롭게 나 혼자만을 고집 안 했으면 좋겠다.
대화는 하면서 살아야 한다. 반려를 들이면서 정성이 안 가는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러면서 정이 드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