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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Oct 24. 20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오동통한 달팽이

 어제 계속 내린 비로 오늘은 써늘해.

24절기 잘 타는 내게 찬 서리가 내릴 거라며 상강을 알려준 뉴스는 설악산은 이미 영하라네.

호미씻이 해버린 어정하고 건들거린 칠 팔월이 지나니 초록이 흐르던 계절은 귀뚜라미 등을 태우고 숨어지고 있다.


 산책을 나가려면 태양이 안고 나가도 항상 사진 찍을 준비는 해갖고 나가야 해.

헛걸음질 안 하게. 순식간에 가버리는 계절처럼 순간의 필름도 끊어질 수 있기에 다시 다짐 가지고 일냈다.

내 손안의 핸드폰 꼬옥 쥐고 다니리라. 남겨지는 가을을 사진에 그득 담아내야지.

 

 벌레가 이미 겨울잠에 들어간다더니만 길가의 담벼락이 내준 게 있다.


 홍삼 사탕 입에 물었는데 엄지손가락만 한 달팽이가 아랫길로 내리막질 하고 있다.

풀밭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도로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왕 달팽이 누가 키우다 놔준 건가. 어이리 큰가 손가락을 대봤다. 습기 있는 담장을 타고 가야 하는데 도로를 찾은 것은 내달림이 덜 힘이 들어서인가 보다. 내 식견으로 말이지.

어느 따신 품을 떠나서 몽실몽실 살을 찌워서는 찬 서리 맞을지 모르는 도로로 더듬이 방향을 틀었던가. 단물이 아직은 넘실대는 풀 향 쪽으로 몸을 바꾸라. 달팽이야. 그곳에 너의 행복이 기다릴 수 있어. B612 같은 행성이 있을 수 있어.


 오다가다 만난 왕 달팽이 너를 주제 해보란다.

나는 또 얼마나 가슴 충동이 일 수 있는가 시험 치르게 하네. 초록초록이 해 질 때마다 사그라드니 묽은 무서리가 내려도 움츠리지 말고 계절의 틈새에 나를 낑겨 넣어보라고 절기가 달력에도 아래 글씨 달아놨다.


 끈끈한 액체가 더듬이 밑으로 침 고이듯이 잔뜩 흐물렁댔을 건데 위로 담 넘어갈 순 없는 것이니?

그대로 이뻐서 내 손 안 타고 제 갈 길을 알아서 찾아가겠거니 그냥 뒀다.


 내 사무실 안 내 글이 잘 써지는 공간에 모기 한 놈이 윙윙거린다.

요놈을 잡아내야지.

난 가을을 타고 있는데...

불청객이 와서 윙 윙 대다니... 요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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