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동요의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고래 아가씨랑 첫눈에 반해 스리슬쩍 결혼 했대요~~” 이 가사가 갑자기 떠오른 건 오늘 낮볕이 화사한 봄볕과 같기 때문이다. 그냥 애들처럼 읊으면서 걷는데 저만치서 목사님이 꽃다발을 들고 내 쪽 방면으로 오고 계신다.
알고 보니 여기 온새미로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아동보호센터를 운영하고 계셨다. 이제서야 알았는데 이 가을꽃은 딸내미가 미술 전시회를 북촌에서 갖는다고 해서 준비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잠시 목사님과 나의 얘기를 조금 나눔했다. 나에게 출근길이 있고 목사님한테는 직원들과 동네 지인분들의 인사치레로 조금 더 아는 사이가 되고선 가던 길을 마저 걸음했다.
서로 성은 ‘이’ 씨였으며 선비님 인상의 이분은 전태일 열사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어쩔수 없는 노동착취에 당한 심각한 문제를 항거하며, 공장을 전전한 인권을 향한 노동가 이셨다고 했다. 장인장모까지 모시고 사는 이 목사님은 내가 지난번 여름 물놀이장에서 본 더럿의 아이들이 여기에 모여서 책을 많이 보게 한다는 것에 주목됐다. 규칙상 29명으로 인원이 제한됐는데 30명 넘게 둥지처럼 찾아든다고 했다.
교회는 길 건너 또 건너에 있으면서 점점 소멸해 가는 일반주택에서 불우한 아이들을 책과 더불어 보살핌 하신다니 하나님은 큰 그릇으로 쓰셨나 보다.
올해 여름은 갔지만 가을을 받아들이면서 울컥대는 내 가슴에 물놀이장 아이들이 되새김질 됐다.
글도 써보고 싶다는 이목사님의 온새미로에 따스한 볕이 스미고 내가 지나는 길에 줄무늬 가을 나비는 학교길에서 코딱지만 한 찐노랑 꽃가루를 뾰족입에 물고 살살걸음 한다.
아까 목사님의 꽃다발에 꽃가루 건진 이 나비를 얹혀주고 싶었다. 울컥.
*저번에 봤던 이 나비 같아. 오늘 꽃가루 잔뜩 물고 날개가 뒤뚱거려 살걸음 치더라고*
가을이어서 나는 자주 울렁댄다. 아침이면 변하고 단풍색 소리 숨죽여가며 옷 갈아입는 나무를 한참 들여다보면 내가 되려 숨소리가 커진다.
영글어서 내줌에 향기가 있듯이 마음 내줌도 고운 향기가 있다. 볕이 좋아라. 오늘 맡은 향이 좋아라. 널리널리 번져서 웃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