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어린이 동요의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고래 아가씨랑 첫눈에 반해 스리슬쩍 결혼 했대요~~” 이 가사가 갑자기 떠오른 건 오늘 낮볕이 화사한 봄볕과 같기 때문이다. 그냥 애들처럼 읊으면서 걷는데 저만치서 목사님이 꽃다발을 들고 내 쪽 방면으로 오고 계신다.
알고 보니 여기 온새미로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아동보호센터를 운영하고 계셨다. 이제서야 알았는데 이 가을꽃은 딸내미가 미술 전시회를 북촌에서 갖는다고 해서 준비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잠시 목사님과 나의 얘기를 조금 나눔했다. 나에게 출근길이 있고 목사님한테는 직원들과 동네 지인분들의 인사치레로 조금 더 아는 사이가 되고선 가던 길을 마저 걸음했다.
서로 성은 ‘이’ 씨였으며 선비님 인상의 이분은 전태일 열사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어쩔 수 없는 노동착취에 당한 심각한 문제를 항거하며, 공장을 전전한 인권을 향한 노동가 이셨다고 했다. 장인장모까지 모시고 사는 이 목사님은 내가 지난번 여름 물놀이장에서 본 더럿의 아이들이 여기에 모여서 책을 많이 보게 한다는 것에 주목됐다. 규칙상 29명으로 인원이 제한됐는데 30명 넘게 둥지처럼 찾아든다고 했다.
교회는 길 건너 또 건너에 있으면서 점점 소멸해 가는 일반주택에서 불우한 아이들을 책과 더불어 보살핌 하신다니 하나님은 큰 그릇으로 쓰셨나 보다.
올해 여름은 갔지만 가을을 받아들이면서 울컥대는 내 가슴에 물놀이장 아이들이 되새김질 됐다.
글도 써보고 싶다는 이 목사님의 온새미로에 따스한 볕이 스미고 내가 지나는 길에 줄무늬 가을 나비는 학교길에서 코딱지만 한 찐노랑 꽃가루를 뾰족입에 물고 살살걸음 한다.
아까 목사님의 꽃다발에 꽃가루 건진 이 나비를 얹혀주고 싶었다. 울컥.
*저번에 봤던 이 나비 같아. 오늘 꽃가루 잔뜩 물고 날개가 뒤뚱거려 살걸음 치더라고*
가을이어서 나는 자주 울렁댄다. 아침이면 변하고 단풍색 소리 숨죽여가며 옷 갈아입는 나무를 한참 들여다보면 내가 되려 숨소리가 커진다. 영글어서 내줌에 향기가 있듯이 마음 내줌도 고운 향기가 있다. 볕이 좋아라. 오늘 맡은 향이 좋아라. 널리널리 번져서 웃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