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에서 딸내미를 만났다. 퇴근 시간이 비슷하면 에스컬레이터나 전철 안에서 만나기 쉬운 쪽인가. 반갑다. 같이 손잡고 집 들어가겠지만.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방면이 틀려도 전철의 같은 칸에서 몇 번을 마주친 딸내미와의 퇴근길 맞춤도 나는 흥분된다.
가족이 탄 차량에 같은 칸에서 볼 수 있는 건 흔하지 않기에 눈이 둥그레진다.
우연의 만남이 반가운 건 좋은 사람에 한해서다.
내게 좋은 이! 미안할 정도로 나를 케어해주는 딸내미이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할아버지 집에 전화해서는 택배 상자 갖고 들어가라는 딸내미는 할아버지만 드리면 막내이모가 섭섭할 테니 두 사람분 다 챙겨서 선물한다.
오늘은 백김치를 택배 해줬구나. 통화 소리 듣고 알았어. 너의 고마운 품성!!!!!
꿈에 삼촌이 아픈모습이었다면서 삼촌한테 연락하니 역시 받지 않는단다.
얼마나 힘들까? 마음내주기!
지어미랑 언니 외가 식구들 챙기기 바쁜 엄마역의 내 딸내미.
얼마 남지 않은 친족이지만 이 아이가 다 마음씀씀이 하니 상의도 애에게로 온다.
촴촴 우리 태양이에게도 엄마가 되지.
송지영 작가님의 글에서 발견 - 의외의 만남은 짜릿하다.
그렇다. 나도 짜릿하다.
내 가족이어도 설레임 된다. 더군다나 이 착하디착한 내 아이를 봄직은.
주말에 일찍도 밤을 삶아논 딸내미는 막내이모 갖다주라며 소쿠리 받쳐 한 김 빼고 있다.
아버지 병환 땜에 병원을 모시고 가야 해서 밤이랑 샤인머스켓 6봉을 짊어지고 엄마네 집에 들렀다. 할아버지만 챙기면 결혼 안 한 막내이모 이해 부족으로 삐칠지 모른다니 분배해서 담아갔다.
담아 든 막내의 한마디, 맥이 빠지게 한다.
“아잇 뻣뻣해” ‘해’의 발음이 올라간다.
“막내야 또 엄마처럼 그런다. 소현이가 니 줄려고 부여옥광밤 주문해서 삶아오기까지 했는데 먹어보지도 않고 그런 소리 말어”
나도 TV 속의 정년이처럼 대차게 받아쳤다. 얼마나 맛이 단데 이따구로 말해. 고맙다고 해야지. 짊어지고 온 내게도 고맙다고는 조그맣게 말해줘야지.
우리가 먼저 시식해보고 추가로 더 사들여 찜해온 것인데 말투는 여전히들 그러는겨.
다음에 또 사달라고 하면 그래야겠어.
“뻣뻣해서 안 사” 이렇게 말이지.
그런데 군소리부터 나오는 말을 내뱉는 너는 다른 이가 네게 줬건 네가 사들인 건 간에 우리게 이것을 내밀어 줄 땐 무조건 좋다.내가 준 것은 최고다. 하면서 얼맞지 않은 말은 삼가야 해.
앞전에 네가 지인한테 받았다며 양념게장하고 남은 양념 댑다 맛있다며 건네준 거 고맙다 하고서 밥을 나물류 넣고 비볐는데 무지 짜고 미원 맛이 아주 강했어. 억지로 먹었으며 두 번째로 닭볶음탕에 넣었다가 색도 때깔이 안 났으며 맛이 이도저도 아닌 미원 맛만 심해서 네게 말하고 버렸잖니. 너에게 양념 고추장이라며 준 이는 미원인지 모르고 설탕처럼 쏟아부은 겨. 버리기 아깝고 음쓰치우기 버거우니 생색내며 네게 준것이었잖아. 간도 모르면서 무조건 아깝다. 네가 준 건 다 좋은 거로 우겨댔지.
이젠 나도 네게 떳떳이 말한다. 이건 못 먹으니 버려야 된다고 소금과 미원으로 어떻게 위를 채우니. 그러니 정말 좋은것을 내준 우리게 못 할 말은 하지 말아 막내야.
올가을엔 밤농사가 제법 잘됐다. 밤이 알찬꿀밤 맛이구나! 가을을 뿜어내는 갈색 달콤 달달함을 함부로 헐뜯지 마라. 품어보고 먹어보고 품평해라. 내 아이에게 서운하게 하지 마라.
어디서 만나도 무지 반가운 조카 중 네게 가장 잘하는 조카 아니겠냐. 요 막내야!
앞뒤짱구 밤알 벗겨낼 때 소현이의 감사함과 가을 하늘의 숭고함을 같이 느껴보련.
4개 나라 국어를 한다며 책만 들고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진짜 감성을 가져봐줘!
이젠 맛보지 않고서 엉뚱하고 생뚱맞은 말 하지 말아라. 나 하나로 족해. 이런 냉혹한 말은엄마 세대에서 끝냈어야 하는 말이니 더는 말아라.
이 가을 풍성함에 고개를 숙여보자.
밀레의 만종처럼 감사함의 숙연함을 가져보자.
지천명을 넘어서 곧 이순이 될 텐데 결혼을 안 해서야아직도 쓴소리지름부터 나오는 것 보니.
하룻밤 지내고서 고맙다고 시집 많이 갖다준다는 막내야!
고맙다는 건 말부터 우선순위다.
특히 나의 보물 딸내미한테는 더욱더!
소현이가 쪄낸 꿀밤을 벌써 몇되를 퍼먹었나 양어깨가 뻑적지근할 정도다.
소현이가 지언니 왔다고 밤을 또 한 소쿠리 쪄낸다. 어릴 적엔 지언니 유치원서 올 때 되니까 “해거니 와. 문 닫아” 하면서 날밤을 까주던 할머니 손을 방문 쪽으로 잡아끈 동생이었는데 지언니를 밤 챙김 해주니 이 또한 얼마나 예쁘던가. 무지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