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출근길에 알았어. 가다 말고 돌아서 얼른 사진을 찍었네. 뭐지? 시장본 아줌씨는 구르마에 힘을 입어 걷는데 물어봄. 궁금해서 알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건 내가 도회지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길가에서 처음 봤거든. 60년 넘게 세상을 살아왔다만 아직도 처음 마주하는 것들이 많다. 나뭇가지가 떨어진 위를 주시해 봤어.
뭐지? 또 궁금해. 아래 공구리 바닥에서 하나를 집었어.
엇! 감 같다. 나보다 연배이시니 잘 아실 것 같아 냉큼 여쭤보니 반으로 쪼개보라 하시네. 반을 가르고 킁킁 코를 대보니 영락없는 새끼 감이야. 길 가는 아줌니가 잘 알려주셨네. 더 무르익으면 감 맛이 나는 고욤이라고 알려주셨다. 공원이 근거리 옆이어서 지난해엔 딱따구리가 이나무 옆에서 구멍을 쪼고 있었는데 오늘은 고욤이라는 걸 보여주는구나.
배우고 알아가라고 낡아지기 전에 부지런히 더 익혀가라고 하늘이 내어준 감사함!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 이것은 당뇨랑 숙취에 잎사귀랑 줄기가 좋다네요. 또 하나를 얻어갑니다. 나는 배워야 합니다. 하나를 터득하면 왜 이리 기쁜지요. 느릿해도 뭉개지는 하루여도 나는 볕살 따라 배움 할 것입니다.
고욤이 이렇게 동네에 있어서 옹이를 품은 가을이 풍성하고 찰지게 익어가듯 내게도 익음을 익혀준다. 고욤 그 녀석 이름은 어디서 생성됐을까? 아마도 고 녀석 감을 닮았네 하다가 말이 설화처럼 돌다가 고욤 된 듯싶다.
감 내음까지 쏙 빼닮은 고욤. 씨앗도 감이네.
올가을 내겐 유난히 도드라진다. 색에서 내음에서 숨 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