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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Nov 02. 20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이 없다

 인천 남동구를 벗어서 광명시를 지나 강남 방면 트는데 경기도 쪽은 가로수들이 몽땅 때때옷을 입어줬다. 와 ~ 강남 들어서는 길목과 이렇게 천지 차이라니 ~ 이 기분 살려서 찻집에 들렀다 .


 유자생강차의 빛과 향이 가을과 쏙 빼닮은 광명시 쪽 가로수와 흡사하니 찻잔 안에 불그스름한 익어진 달덩이 하나 떠 있다.


 강남의 일지아트홀에서 예약해 놓은 에릭 치엔의 마술쇼에 빠진다. 지난번 고양시에서 공연한 것에 조금 실망이 커서 기대를 버리고 갔는데 애당초 블랙 커튼의 막이 오르며 흥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 좌석 뒤로 최현우와 DK도 예매를 하고 앉아서 인사 나눔을 했다.


 관객과 호응이 되어 딸아이 옆에서 시범 된 유리컵과 동전 마술을 호기심으로 끌게 한 것은 유리컵이었으나 그사이 암막 커튼에서 보조 출연한 김상순 마술사와 에릭 치엔이 바뀌었다. 우리는 누구나 환호와 박수 소리로 응원이 절로 나왔다. 조끼의 색상이 순식간에 바뀌어서 놀라웠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더 이상 공연에 대한 이야길 어필할 수는 없다. 이들은 내일 또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에 내가 글에 선전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름엔 너무 더운 데다 TV 방송분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에 제대로 기분이 나게 해줘서 마술사의 노고에 박수를 많이 보냈다.


TV로 처음 시청할 때 우리는 에릭치엔을 등수에 꼽았는데 등외로 밀려나서 미련이 남았었다.


LIE - 거짓말

BELIEVE - 믿다


 그것이 거짓이어도 나는 믿을 수 있다. 매직이며 쇼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송도의 동춘서커스단에 와서 아버지 목마를 타고 불꽃 쇼와 접시 돌리기 등을 여러 번 관람해서 그런가 나는 관람객 앞에서 실제로 공연을 마주해 주는데 신기함이 더욱 몰입된다.


 연극을 수차례 다녀보니 아닌 것도 꽤 있어서 시간이 지루하여 연극 제목마냥 라면 냄새만 독하게 풍긴 것에 반감이 가게 됐다.


 보여주려면 정말 열성이 보이던가 실감이 났으면 좋겠다. 내 글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쓰려고 손을 놀리지 않을 것이기에 휴일도 저절로 게 된다. 내 의도에 질리지 않게 선선한 단풍 바람맞은 자유기고가 되도록 글의 찬에 정성을 갖고자 마음을 가다듬는다.


 에릭 치엔이 딸아이 옆에서 시범 공연 보여줄 때 컵 속에 동전이 자동으로 들어가는 동작을 취하는데 그의 하얀 손이 떨렸다. 경력을 쌓아가고 세계적으로 유명을 파고든 이도 매번 보여줌에는 이리 심장이 떨리고 역시나 손놀림의 작은 떨림이 파동치는데 어찌 내 글이 세상 밖으로 외출 나가는데 심장박동 안일 수 있겠는가. 떨림을 그대로 낙엽 하나의 감정처럼 팔랑거릴 것이다. 감추면 곁에서 샛 구멍으로 나 같은 이가 아주 납작 엎드려 눈을 희번덕거릴 테니 떨려도 뜨거운 그대로 찬으로 내놓을 것이다. 자신감의 보자기로 덮어서.

날줄의 쓸(用) 기운(氣)과 씨줄의 자신에게 쳐대는 감정(자신감)으로 엮은 상보를 얹어주고 오늘 밤 행복한 이불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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