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서는 이미 시로 썼어요
나 하나쯤이 행복해지려는 것이 마치 지구 반대편 이야기처럼 들리더라고. 고작 나 하나 정도인데 그것도 허락되지 않는가 봐. 저 아래, 타인들의 광경에서는 나도 충분히 행복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행복들 사이에 묻혀서 내 행복이 행복하지 않았던 게 낯설지 않더라니.
앞서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면,
#2.
회사 대표가 센터 방문하는 것과 출장(견학)으로 센터를 비우는 것(센터 전체가 정기 대청소로 청소 업체가 하루 종일 청소를 하느라 어차피 임시휴관일이다.)이 동시에 이뤄져도 괜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팅을 위해 시설을 빌리는 일에는 해당 센터 직원들의 의전 등과 시설, 공간, 이용 모습 등을 미팅 업체나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일하던 수탁사가 위탁받은 어떤 한 센터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대표가 미팅을 하겠다고 한 날 그 센터 직원들 전체가 자리를 비우고 외부 행사를 다녀와야 했었다. 이 사정을 대표는 미리 알고선 '괜찮아요, 혼자 업체 사람들 맞이하면 되는 거라... 그 커피나 차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요.'라고 그 센터에게 말했는데, 그다음 날 그 센터의 담당 부장을 통해 '누구 그래도 한 명은 남아서 지키고 있어야지 뭐 했어?'라는 말을 직원들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자초지종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불편했다. 그리고 앞서 비슷한 일을 겪었던 그 센터 같이 한 소리가 듣고 싶지도 않았다. 너무 눈치를 보는 중간관리자인 나는 그냥 내가 혼자 사무실을 지키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으로 매니저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저희 대청소로 휴관하는 날, 다 같이 OO구 센터 가보는 건 허가 났어요. 그런데 그날 저는 해야 할 게 많아서 네 분이서 다녀오세요. 가서 거기 센터 운영진 빨리 만나고 쭉 둘러보다가 거기서 퇴근해요."
"센터장님도 가셔야죠. 축제 좋아하신다면서요. 다 같이 가면 좋겠는데, 에이..."
"그날 할 게 많아요. 그리고 내가 OO 페스티벌 같은 거 오랜만에 가 보고 싶긴 했는데, 30대 돼봐요. 오래 서 있는 거도 힘들어서 금방 지쳐. 거기 따라갔다가 30분 만에 기 다 빨려있을 거 같아요. 그냥 사무실 혼자 지키고 일할테니까 편히 다녀와요."
청소로 센터가 휴관하는 날, 직원 모두 나를 놓고 OO구 축제에 간 날, 대표는 미팅이 취소되었으니 다음에 보자는 메시지 하나를 내게 보냈다. 나는 그걸 보고 그냥 마음이 편했다. '지역에서 하는 음악축제야 다 그게 그거지 뭐.', '끝나고 퇴근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로 찬 지옥철을 겪을 텐데.', '그냥 오늘 칼퇴하고 집 가서 맥주나 마시는 게 낫지.' 이렇게 홀로 합리화를 하고, 퇴근 시간 정각이 되어 센터 사무실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왔다.
'OO구 축제에 오는 가수 ○○, 몇 년 전까진 진짜 좋아했는데. 언제부터 안 듣기 시작했더라?'
지하철역 입구로 가는 길, 빨리 집에 가서 그날은 일찍 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