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똑같은 삶도 없고 똑같은 죽음도 없어. 그들의 무수한 죽음을 지켜보며 나는 생각했지. 인간은 한없이 무력하며 어리석은 존재라고.
나는 인간의 수명이 보여. 곧 죽을 인간들이 내 눈에는 훤히 보인단 말이지. 지금도 임무 수행 중이야. 내가 지금 따라다니는 이 인간, 생이 겨우 30분 남았어. 곧 죽을 거야. 어떤 방식으로 죽을지 난 지켜보는 중이지. 어쨌든 축생 부서에 배정된 걸 보면 '호상'은 아냐. 우리 부서는 가장 어리석은 죽음인 '자살'이 대부분이거든.
인간이 왜 어리석은 줄 아니?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 귀한 생명을 자기 스스로 끊어서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곧 비가 그치고 해가 뜰 텐데,
그 잠깐을 못 참고 죽는단 말이지.
비가 억수로 쏟아질 때 많이 죽을 것 같지?
아니. 인간은 비가 그치려 할 때 더 많이 죽어. 이렇게들 말하면서.
난 지쳤어. 이번 생은 망했다고!
오늘 마침 비가 내리네. 곧 이 비도 그칠 거야.
그것도 모르고 저 인간은 30분 후 죽을 거고.
아, 이제 28분 남았네.
나랑 같이 지켜보지 않을래? 저 인간이 어떻게 죽는지.
오! 건물로 올라가네. 추락사를 선택했군.
패기 넘쳐. 그 패기로 살아도 될 텐데.
아이코~ 근데 이거 어쩌나.
높이가 애매하다, 애매해.
이 건물의 옥상은 7층이야. 7층 정도는 운이 좋아야 즉사라고. 어쨌든 이 인간은 축생 부서에 이미 배정이 끝났고 내가 여기서 지켜본다는 건, 즉사야. 운이 좋았지. 이런 인간들 앞으로 운이 필 운명이야. 눈 딱 감고 한 번만 참지.
참 어리석다니까.
인간들은 이런 걸 '제 무덤 자기가 판다'라고 하지. 고양이들은 이렇게 말해.
'고양이 우산 쓴 격'
무슨 뜻이냐고?
꼴불견이란 말이야.
뭐? 그럼 나도 꼴불견이냐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난 지금 임무 수행 중이고, 나의 소중한 털이 젖는 건 딱 질색이라고.
퍽!
끝났어. 한순간에 말이지. 곧 저 어리석은 인간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올 거야. 나는 이제 저 인간을 데리고 저승국 환생센터로 가야 해. 지금부터 49일 동안 매우 바쁠 예정이야. 그럼 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