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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 Dec 10. 2024

저승국 환생센터 축생 부서 깜두

<프롤로그>


안녕, 반가워!

나는 깜두야.

저승국 환생센터 축생 부서에서 근무 중이지.

내 이름은 흔해 빠졌어.

털이 까맣다고 '깜'

두 번째로 세상에 나와서 '두'

이 얼마나 대충 지은 이름이니.

됐어. 이름 따윈 중요하지 않아.  



나는 인간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일을 해.

인간은 똑같은 삶도 없고 똑같은 죽음도 없어. 그들의 무수한 죽음을 지켜보며 나는 생각했지. 인간은 한없이 무력하며 어리석은 존재라고.


나는 인간의 수명이 보여. 곧 죽을 인간들이 내 눈에는 훤히 보인단 말이지. 지금도 임무 수행 중이야. 내가 지금 따라다니는 이 인간, 생이 겨우 30분 남았어. 곧 죽을 거야. 어떤 방식으로 죽을지 난 지켜보는 중이지. 어쨌든 축생 부서에 배정된 걸 보면 '호상'은 아냐. 우리 부서는 가장 어리석은 죽음인 '자살'이 대부분이거든.     


인간이 왜 어리석은 줄 아니?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 귀한 생명을 자기 스스로 끊어서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곧 비가 그치고 해가 뜰 텐데,

그 잠깐을 못 참고 죽는단 말이지.

비가 억수로 쏟아질 때 많이 죽을 것 같지?

아니. 인간은 비가 그치려 할 때 더 많이 죽어. 이렇게들 말하면서.


난 지쳤어. 이번 생은 망했다고!


오늘 마침 비가 내리네. 곧 이 비도 그칠 거야.

그것도 모르고 저 인간은 30분 후 죽을 거고.

아, 이제 28분 남았네.

나랑 같이 지켜보지 않을래? 저 인간이 어떻게 죽는지.  


오! 건물로 올라가네. 추락사를 선택했군.

패기 넘쳐.  패기로 살아도 될 텐데.

아이코~ 근데 이거 어쩌나.

높이가 애매하다, 애매해.

이 건물의 옥상은 7층이야. 7층 정도는 운이 좋아야 즉사라고. 어쨌든 이 인간은 축생 부서에 이미 배정이 끝났고 내가 여기서 지켜본다는 건, 즉사야. 운이 좋았지. 이런 인간들 앞으로 운이 필 운명이야. 감고 한 번만 참지.

참 어리석다니까.

인간들은 이런 걸 '제 무덤 자기가 판다'라고 하지. 고양이들은 이렇게 말해.     


'고양이 우산 쓴 격'     


무슨 뜻이냐고?

견이란 말이야.

뭐? 그럼 나도 꼴불견이냐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난 지금 임무 수행 중이고, 나의 소중한 털이 젖는 건 딱 질색이라고.   


 퍽!


끝났어. 한순간에 말이지. 곧 저 어리석은 인간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올 거야. 나는 이제 저 인간을 데리고 저승국 환생센터로 가야 해. 지금부터 49일 동안 매우 바쁠 예정이야. 그럼 난 간다.


  책 표지 사진: UnsplashRoberto Nic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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