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속의 너는
아이처럼 꽃밭을 뛰어다니다
꽃이 너무 예쁘다며 그들을 부러워했지.
나는 아무리 봐도 그 꽃밭에서 예쁘다고 부를 만한 건
너밖에 없었는데 말이야.
여름 속의 너는
밖은 덥다며 하루 종일 집에 머무르며
에어컨과 아이스크림을 달고 살다가
결국엔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대는
칠칠맞은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어.
가을에는,
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짜증 낼 기운도 없이 지쳐 있을 때쯤
가장 완벽한 조건의 가을바람처럼 다가와
내 몸 사이사이로 스며들면서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줬어.
겨울에 너는
제발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는
내 잔소리를 무시하고 멋 부리고 다니다가
결국 해가 저물 때쯤 추위에 벌벌 떨었지.
그런 너에게 나는 내 코트를 덮어 주었고
넌 분명 추위에 떨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지만
내가 남자다워 보이고 싶어 하는 걸 지켜 주려는 것처럼
오히려 춥다며 따뜻하게 나를 꼬옥 안아 줬어.
참 오래전 일이지만,
세상의 모든 계절 속의 네 모습을 기억할 수 있음에 감사해.
너무 힘들고 외로워질 때쯤
오늘도 오늘의 계절로 너를 기억할 수 있음에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