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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대로인데

by 겨울꽃 김선혜
동백, photo by Seonhye



너는 그대로인데

/ 겨울꽃 김선혜



네가 아름답다고 느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한기를 뚫고 나오는 무뚝뚝한 향기도

수수해 보였던 옷차림도 아름답다


네가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변했다.


타오르기만 하던 것들은 여러 계절을 보내고

꺼지지 않는 은은한 불꽃이 되었고

쥐려고만 했던 것들은 놓아줄 수도 있게 되었고

일렁이던 풍랑은 잠잠하게 가라앉아

잔잔한 밤바다가 되어 고요하다


너에게 묻기 전에 나에게 묻게 되었고

바람아래 흔들리던 여린 풀잎은

땅에 뿌리내린 나무가 되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너는 그대로인데 내가 변했다.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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