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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살아있을까?
올해도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을 했다. 예전부터 교육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던 나는 육아와 병행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아이가 3학년이 되기만을 기다렸고, 드디어 하고 싶던 교육봉사활동을 신청했다. 교육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연수를 먼저 들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등교시키고 서둘러서 교육청으로 향했다. 첫 수업의 시작은 역시 자기소개였다. 지난번 자기소개의 부끄러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자기소개에서는 ‘자유’에 대해 말하지 말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자기소개는 각 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주사위를 활용해서 진행됐다. 고심 끝에 나는 풍선, 산, 등대, 손전등 이렇게 네 개의 그림을 골랐다.
“저는 풍선 같은 삶을 살아왔어요.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그렇게 흐름에 나를 맡기며 살아왔죠. 그러다가 산을 만났어요. 당황했지만 열심히 그 산을 넘었어요. 힘겹게 그 산을 올랐는데 눈앞에 또 다른 봉우리가 있었어요.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풍선의 삶이 후회도 됐어요. 그런데 저 멀리서 빛이 하나 보였어요. 나는 그 빛이 어떤 빛인지도 모른 채 그 빛을 좇아갔어요. 나의 손에 있는 손전등에 의지한 채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어요. 그렇게 천천히 가다 보니 오늘 이렇게 여기에 왔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첫날의 첫 수업,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긴장되었지만 그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스스로는 제법 만족스러운 소개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나는 무언가를 확신하기를 주저하는 사람.
그래서 일단 나아가 보는 사람.
자꾸 길을 잃는 사람.
그러다가 길을 발견하면 그것에 행복해하는 사람.
나는 이런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은 나이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깊어진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는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신중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로 만들어진 책임감일까. 어릴 적에는 가벼운 일에도 생각이 무거워지는 나의 소심함이 싫어서 부러 생각을 멈추고 서툰 모습들을 기억에서 지우려고 애쓰며 살았다. 하지만 생각을 한다는 것은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나날을 특별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뒤엉킨 생각을 외면하지 않고 풀어 보기로 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그 지루한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참고 견뎌내는 힘이다. 사람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어선 지금, 내가 넘긴 책장만큼 내 안의 힘도 쌓이고 있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내가 잊고 살았던 것들이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나에게 그림책이란 소년에게 자신의 호수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준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내 몫의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이미 나에게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살아왔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