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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끝은 무엇일까?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언제까지 배울 거야?”였다. 배움은 좋은 것인데 나를 향한 질문은 칭찬이 아닌 질책이었다. 끝이 없는 배움은 보는 사람들에게 무의미한 행동으로 보였던 것일까.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걸 느껴.”라고 철없는 척 행동했지만 사실 나도 궁금했다. 난 언제까지 배울까. 나에게 배움은 삶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 중에 하나다. 알고 싶은 것을 배우고,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모르는 것을 만날 수 있는 곳. 하지만 삶이라는 것은 앎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곳이기에, 기지개를 켜고 현실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승자 시인의 말을 빌려와 이제 배우기를 끝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끝’
현실로 나오기 위해 한 일은 사람들과 만나 함께 책을 읽는 것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동안 집이라는 공간에 점점 잠식되어 갔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바라보던 날, 아이는 나에게 달려와 잘 놀고 있냐며 물었다. 무슨 말인가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놀이터에서 나에게 한 말의 의미를 물어보니 “엄마 심심할까 봐 내가 친구 만들어줬잖아.”라고 말했다. 아이의 눈에도 내가 퍽 외로워 보였나 보다. 그렇게 마음먹고 시작한 독서 모임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인연이 가지를 뻗어 여러 개의 모임이 늘어났다. 쭉쭉 늘어나는 가지들을 바라보며 성장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뿌듯했다.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일지 궁금했다.
그림책 《끝의 아름다움》에서 100살이 된 거북이 ‘니나’는 자신의 여행이 끝나간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끝이란 무엇인가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는 끝이 나쁜 것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평생을 기다려온 순간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다시 돌아오는 거라고 말한다. 묻는 상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끝’이 무엇인지 말하지만 니나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끝을 바라볼 줄 모르기에 끝이 두렵게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랐습니다.” 하고 생각한다.
동네 책방 선생님의 권유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이면 그림책을 읽고 떠오른 질문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 그렇게 글은 차곡차곡 쌓여 가는데 그 글들이 나의 노트북 안에 잠자고 있는 것이 아쉬워 브런치를 시작했다. 1화, 2화 이어져 오던 연재는 9월이 되어 바빠지면서 정해진 연재일이 올리지 못한 날도 있었다. 처음에 연재를 시작할 때는 마지막을 정해두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가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여기에서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문장을 쓰더라도 의무감이 아닌 처음 내가 글쓰기를 시작했던 마음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깎고 깎아서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은 단어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누워서 요즘 하고 있는 일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러자 어느새 내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감돌았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할 때이구나.’ 하고 다짐했다. 그림책 속 마지막 문장처럼.
“니나의 여행처럼 어느덧 이 책도 끝이 났습니다.
이제 새로운 책을 펼칠 수 있답니다.
시작해야 하는 ‘바로 그때’이니까요.
이것 또한 끝의 아름다움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