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아름답다.
입에 올리는 순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마음 어딘가가 따스해진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빛나는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내게도 그랬다.
처음 만났을 때,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흔한 말 같지만,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 사람과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고.
운명 같은 시작이었고, 서로에게 모든 것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간절했다.
눈빛 하나에도 하루가 환해졌고, 목소리 하나에 모든 불안이 사라졌다.
우리는 함께 울었고, 웃었고, 싸웠고, 다시 껴안았다.
그 반복 속에서 믿음은 단단해지는 줄 알았다.
내 삶의 방향, 내 미래, 내 시간은 모두 그 사람에게 맞춰져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내 모든 것을 다 바쳤다.
내 시간, 내 에너지, 내 꿈, 그리고 나 자신.
그 사랑은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으로 쌓였다.
무던한 일상도, 다툼도, 침묵도 함께 견뎠다.
그러니 당연히 영원할 줄 알았다.
사랑이란 게, 그렇게 만들어지는 줄 알았으니까.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어느 날 단 한마디로 끝이 났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그 순간, 나는 무너졌다.
벽이 허물어진다거나 바닥이 꺼진다거나, 그런 표현으론 부족했다.
그 사람을 잃은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중심이 사라졌다.
나는 존재의 균형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세상은 계속해서 돌아갔다.
태양은 떠오르고, 아이는 밥을 먹고, 사람들은 웃었다.
그런데 나는 멈춰 있었다.
상실감은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사랑이 나의 전부였기에, 그것이 사라진 후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에겐 아이가 있었다.
사랑의 결실이었다.
그 아이는 세상의 축복이었고, 나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
그 아이는 나와 그 사람을 닮았고, 그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 웃고 있었다.
사랑은 그렇게, 때로는 아이조차 위로가 되지 않는 감정이 된다.
현실은 잔인했다.
사랑이란 말은 현실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부서졌다.
함께한 기억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제 끝내자’는 그 한 문장은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참 잔인하다.
그토록 노력했는데,
그토록 사랑했는데,
그토록 믿었는데.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하자고 했고,
평생 함께 늙자고 했고,
아이를 키우며 따뜻한 가정을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한마디로 끝났다.
그토록 소중히 쌓아 올린 탑은, 바람 한 줄기에 무너졌다.
그리고 그 잔해 속에서 나는 매일을 버텨야 했다.
사랑은, 내가 믿었던 것만큼 강하지 않았다.
삶의 무게 앞에서 사랑은 무기력했고,
현실의 칼날 앞에서 사랑은 피 흘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 사람을 원망하지 못한다.
사랑했기 때문이다.
정말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 사랑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아이도, 내 감정도, 이 글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인정해야 한다.
그 사랑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잔인했다는 것도.
사랑이란, 끝을 안고 있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간절하고, 더 눈부시고, 더 슬픈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만 잊어야지, 이제는 너를 위해 살아야지.”
하지만 그 말은 얼마나 잔인한가.
잊을 수 없다.
나는 아직 그 안에 살고 있으니까.
나는 오늘도 웃는다.
즐거워서가 아니라, 마지막 남은 삶의 끈을 위해.
사랑은 끝났다. 그러나 사랑은 여전히 나를 살게 만든다.
그렇게 나는, 또 하루를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