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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로 Aug 05. 2024

홍콩 여행

 도심을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든 홍콩을 들러야 한다. 무질서 속 질서를 형상화한다면 홍콩의 모습일 것이다. 홍콩의 건물은 유독 원색이 많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건물 외벽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큰 유치원을 보는 기분이다. 빨래가 널려있는 아파트와 어두컴컴한 사원이 각색의 고층빌딩 사이마다 자리 잡고 있다는 것 또한 홍콩만의 큰 매력이다.

 모든 여행지가 마찬가지겠지만, 홍콩은 많이 알수록 많이 보인다. 바쁜 도시에서 각각의 구성원들이 짜인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곳은 더 이상 여행지가 아니다. 크지 않은 도시에 다양한 인종이 옹기종기 모여서 살고 있다.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모습도 종종 보인다. 주거지와 상가가 분리된 한국과 달리 고층 빌딩 바로 옆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모습은 본인이 가장 놀란 부분 중 하나이다. 그러니까 여행객이 관광지라고 방문해서 마음껏 사진 찍고 돌아서는 그런 곳이 현지인의 가장 사적인 공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무례한 상황이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현지인들은 익숙하게 생활한다. 그 때문인지 옆에서 들리는 외국 언어에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홍콩에 여행 간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에 대한 정답은, 없다. 홍콩은 음식이 굉장히 다양한 나라이다. 중국의 문화와 영국의 문화가 융합되어 생긴 다양한 음식 문화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기고 있다. 버터가 가득한 토스트와 파스타 면을 좋아하는 노인부터 간장양념 된 닭발을 뜯고 있는 어린아이를 보고 있으면, 홍콩은 음식의 장르가 무척 다양하지만, 이를 향유하는 대상까지도 매치가 잘 안되는 편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뽑아보자면 단연 딤섬 아닐까. 현지에서 맛보는 딤섬은 한국의 그것과 질적으로 매우 차이가 있다. 딤섬의 전분 피와 새우 속의 식감은 음식점마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듯하다. 각 음식점은 이에 대해 프라이드를 갖고 있으며,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딤섬으로 경쟁하는 나라의 딤섬 맛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하지만 의외로 딤섬은 홍콩의 MZ들에 잘 먹히지 않는 음식이라는 얘기가 있다. (나의 친한 홍콩 지인의 견해이므로 다수를 대변하는 의견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하겠다) 매우 전통적인 음식에 속하는 만큼 딤섬은 어르신 세대가 좀 더 많이 찾는 음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코로나 이후로는 음식점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홍콩에서 딤섬 먼저 찾는 한국인들에게 속상하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홍콩의 딤섬 맛집은 몽콕에 몰려있다. 침사추이처럼 번화한 동네에서는 말도 안 되게 비싼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다. 딤섬을 공략할 땐 반드시 몽콕에 갈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경관은 홍콩의 빽빽한 건물 숲이다. 얇고 높은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돋아있는 와중 알록달록한 색감은 덤이다. 시끄러운 신호등 소리는 뜨거운 밀크티에 설탕이 녹아들 듯 어느 순간 분위기에 섞여버린다. 급해 보이면서도 앞사람과 거리를 두며 걷는 사람들은 길을 물으면 무뚝뚝한 동시에 다정하게 설명해주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여기 저기에서 나는 음식 냄새는 매 순간을 배고프게 한다. 도시를 사랑하는 여행자가 홀딱 반할 모습이 아닐 리 없다.

 홍콩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실 이 곳은 여행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언젠가는 이 곳에 영원히 머물러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러한 이끌림이 경관에서 왔는지, 사람에게서 왔는지, 음식에게서 왔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홍콩에는 내가 평생 그리워하던 어떠한 노스텔지어가 존재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이를 깨달을 때까지 홍콩을 세밀히 관찰할 것이다. 이 시리즈는 연구 일지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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