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이 전하는 알래스카 생존기

by voyager 은애




우리가 살고 있는 알래스카 시골섬에는 백인, 원주민, 필리핀 사람들과 함께 소수의 일본인, 중국인, 아프리카사람 그리고 한국인이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은 10명 남짓인데, 그중 네 명이 우리 가족이니 그만큼 이곳이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어디를 가든 나는 미리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곳 날씨, 음식, 환경 등 내가 겪을 수 있는 새로운 충격에 최소화하기 원하기에 사전 조사를 통해 대비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한국 사람이 너무 없다 보니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다. 해외에서 새로운 곳에 살려고 할 때 공식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도움이 되지만, 현지에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가장 실제적이다.

이전에 이 섬에 살았던 한국친구에게 약간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였다.


'알래스카' 하면 보통 이글루가 있고 눈이 펑펑 내리는 아주 추운 곳으로 생각한다. 나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그런 곳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알래스카에서도 남쪽이기 때문에 북쪽에 추운 곳만큼 기온이 심하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대신 비가 많이 온다.

그래도 겨울이 길고 추운 건 사실이다. 한국에서 올 때 어떤 옷을 들고 와야 할지 고민했다. 겨울옷은 파카, 롱코트, 스웨터 등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있다. 이곳에 살았던 친구가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 롱코트는 필요 없다고 했다. 고민 끝에 파카 종류만 두 개 정도, 겨울 티셔츠, 약간의 여름옷을 들고 왔다. 하지만 여름에도 내복을 입고 지내는 나는 발 팔을 입을 일이 없다. 몇 년째 여름옷은 캐리어안에 그대로 보관 중이다. 언젠가는 꺼낼 날을 기대하며.


이곳에 온 지 4년이 되던 날, 문득 우리 아이들에게 '이곳에 와서 생활하면서 어떤 것이 힘들었고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전에도 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글로 써보기를 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누군가가 한국에서 여기로 이사를 온다면 그 친구에게 무엇을 준비해서 오라고 알려주고 싶은지에 대해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마침 초등학교 4학년 둘째와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오늘 저녁 먹고 나서 네가 청소기 한번 돌리고, 설거지는 내가 할게. 그리고 난 후에 초코파이 하나씩 먹을까?(이 초코파이는 물 건너온 아주 귀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말한 거 하나 하면 유튜브도 보게 해줄게!"


일단 본인이 좋아하는 초코파이로 1차 매수, 유튜브까지 보여주는 건 횡재다.


"뭔데요?"


"네가 이제 여기서 산지 3년이 지났잖아. 그런데 우리가 처음에 여기 올 때 뭘 준비해서 와야 하는지 물어볼 수 있는 한국 사람이 없어서 정보를 얻기 힘들었잖아. 그래서 만약에 누군가 한국에서 이곳으로 온다면, 그 친구가 무엇을 준비해서 오면 좋을지 글로 써주면 좋을 것 같아."


"누가 여기로 이사와요?"


"아니~그런 건 아닌데, 만약에 나중에라도 누가 이사를 온다면, 시간이 더 많이 지나버리면 네가 생각이 잘 나지 않을 거야. 어때? 대신 영어로 쓰고 싶으면 한국말 대신 영어로 그냥 쓰면 돼."


이제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편해진 둘째는 한국어 자판은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고, 영어는 학교에서 늘 컴퓨터로 스토리를 쓰기에 영어를 선택했다.




알래스카 생존기




다음 내용은 10살 한국 아이가 알래스카 시골섬에서 3년 동안 살고 난 후에 나누는 '짧은 경험담'이다.


You might have heard that Ketchikan is like 300 days a year that’s rainy, but that’s not true.

It’s more like 30 percent rain, 30 percent cloudy, 20 percent of sunshine, 10 percent of weird mix of weathers, 9 percent of snow, and 1 percent of hail in a year.

If you want to come here, it’s probably a good idea to bring some of your cultural foods because if you live in like Asia, there’s probably going to be almost none of your favorite foods from your country.

Don’t bring an umbrella unless you really want to and bring a raincoat instead.

Also, everything’s quite expensive since it’s an island. You probably don’t really need to learn English in your country because, trust me.

Every teacher is nice, and you’ll probably learn English without even trying. If you come from a country where study and school is your main priority, the studying here is way too easy. So, if you want to keep your skills sharp and not fall behind in your country, it’s probably a good idea to study at home. If you didn’t do any sports in your country because studying is no.1, it’s probably a good idea to learn, because in Ketchikan, sports is no.1. It’s how you get friends;

I got every single one of my friends from sports and it keeps you fit even from all the junk food. It’s really a good idea to bring warm pajamas because most of the heaters only start when it reaches a certain amount of temperature and that might be too cold for you.



-구글 번역-


케치칸에는 1년에 300일 동안
비가 온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1년에 비 30%, 구름 30%, 햇빛 20%,
이상한 날씨 혼합 10%, 눈 9%,
우박 1%와 비슷합니다.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오고 싶다면,
당신의 문화 음식을 가져오는 것이
아마도 좋은 생각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아시아와 같은 곳에 산다면,
아마 당신이 좋아하는 나라의 음식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꼭 원하지 않는 한 우산을 가져오지 말고
대신 우비를 가져오세요.

게다가 섬이라 뭐든지 가격이 꽤 비싸요.

당신은 아마도 당신의 나라에서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를 믿으세요.
선생님은 모두 친절하시고
아마 노력하지 않고도
영어를 배우실 수
있을 거예요.
공부와 학교가 최우선인 나라에서 왔다면,
여기서 공부하는 것은 너무 쉽습니다.
따라서 실력을 계속해서 연마하고
자국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모국에서 공부가 1위라
스포츠를 하지 않았다면,
케치칸에서는 스포츠가 1위이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친구를 사귀는 방법입니다.
나는 스포츠에서 내 친구를 모두 얻었고
모든 정크 푸드에서도 건강을 유지합니다.

대부분의 히터는 특정 온도에 도달해야
작동하기 때문에
따뜻한 잠옷을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 온도는 너무 추울 수 있습니다.


유튜브를 빨리 보고 싶었던 것일까?

오늘은 여기까지!^^


대신 얼른 질문했다.

"여기 와서 제일 좋은 게 뭐야?"

" 공부가 쉬운 거요. 한국에서는 학교에서는 학교 끝날 때 다섯 페이지씩 써야 해서 손이 아팠어요. 그런데 여긴 모든 게 쉬워요. 운동을 많이 할 수 있고 놀 시간이 많아요."


" 그럼 힘들었던 건 뭐야?"

"선생님들이 너무 착해요. 애가 좀 이상한 거 하면 잔소리 한번 하고 끝. 또 하면 잔소리. 또 하면 진짜 그만해라. 그다음 또 진짜 그만해라. 계속 반복, 마지막 경고. 또 마지막 경고."

선생님이 이렇게 많이 경고한 다음에도 문제를 일으킨 아이는 교장실로 간다. 그리고 자기가 괴롭힌 애도 데리고 간다.

본인도 한 번 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떤 애가 갑자기 얼굴을 때렸다고... 왜?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 선생님이 그 순간을 포착해서 바로 "교장실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교장실에서는 자초지종을 물어본 후에 자신은 2분 만에 나왔고, 그 친구는 한참 후에 나와 사과했다.

선생님들이 좀 더 무섭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이의 소망이다.


이곳 초등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번, 학교 전체가 체육관에 모이는 Assembly가 있다.

각반에서 한 명씩 뽑아서 상을 준다.

올 한 해 상을 가장 많이 받은 아이는 반에서 제일 말썽꾸러기고 공부가 뒤처지는 아이였다. 그것이 좀 불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상을 주려고 하는 것은 좋은 의도인 것 같다.



인내와 회복력 상
신나는 야외축구



어쨌든 공부에는 전혀 경쟁이 없고, 대신 운동을 통해서 경쟁한다.

한국에서는 축구를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둘째는 여기 와서 처음으로 축구를 하기 시작했고, 운동을 통해 친구를 사귀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친구를 만나기가 힘들다.

위에 글에도 나오지만 자국에서(여기서 자국은 아마도 한국일 것이다. 한국 아이들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하는지 이미 알고 있기에~) 공부 실력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 사실은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으니, 때가 되면 하겠지~생각하며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수학 문제집은 큰 맘먹고 사주었지만, 책장 어딘가에 고이 꽂혀 있다.


하지만 매일 꼭 해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한글 필사(겨우 두줄;;), 일기 쓰기, 예수님이 좋아요 큐티 책 하기.



일기장


그래! 놀 수 있을 때 마음껏 놀자. 아직은 괜찮겠지.

나는 자유방임형 엄마다^^





어느 날, 두 아이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한국이 좋아? 아니면 여기가 좋아??"

첫째가 대답했다.

"어디서든지 장단점이 있죠!"

맞다. 그것이 정답이다.


어디에 살든 좋은 점과 불편함 점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감사할 것을 찾는다면, 비록 불편한 곳에 살아도 마음만은 행복하리라.

아이들이 뛰놀고, 서로를 통해 자라고, 그렇게 한 뼘씩 마음이 넓어지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이 낯선 땅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의 삶이 어쩌면 우리의 진짜 공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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