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필사는 오늘도 때 라는걸 잊지말라고 한다
어제 신호대기를 하는데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소녀 둘을 보았다. 가로수에 기대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 요즘 유행하는 통바지를 바닥에 질질 끌듯이 입고, 추운지 발은 동동 구르면서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문득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와 버스 정류장이나 가게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헤어지기 아쉬워 한 블록을 더 걸어가던 그때.
집에 가야 하는 건 알지만,
이 순간이 끝나버리는 게 싫어서 자꾸만 말을 이어가던 그 시간.
그때는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 시절엔 하루가 참 길게 느껴졌었다.
수업 시간은 왜 그렇게 안 가고,
시험기간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웠는지.
어른들이 “이때가 제일 좋을 때야”라고 말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말이 맞다.
그때의 고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어떤 순간은 더없이 빛나는 기억이 되어 남아 있었다.
– 알랭 드 보통
어쩌면 삶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것들.
사랑도, 공부도, 우정도,
그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시절이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있다.
무작정 도전하는 시기가 있고,
잠시 멈춰 서서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조급해할 필요도,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딱 맞는 순간에 오기 마련이니까.
지금의 나는 어떤 때를 살고 있는 걸까.
가끔은 내가 너무 늦은 게 아닐까 걱정할 때도 있지만,
어쩌면 나는 지금,
내가 있어야 할 바로 그 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온전히 느껴보련다
조급해하지 않고, 또 미뤄두지도 않으며.
지나고 나면, 지금 이 순간도
참 소중한 때였다고 기억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