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맛집의 배신

by Balbi


이전 글에도 소개했듯이 동해시 망상동 망상해수욕장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 매년 찾고 있다.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곳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10년 전에 보이지 않던 카페도 곳곳에 생기고 도시와 떨어져 시골 같은 느낌을 주던 곳이 차츰 도시의 물이 들어가는 듯하다.


망상을 갈 때마다 매년 찾는 곳은 아니지만 2~3년에 한번은 찾게 되는 장칼국수 집이 있다. 망상 방문 첫해, 그 지역에 대해 검색을 하다 맛집이라고 발견한 곳이었다. 2층에 위치한 아주 작은 식당인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경사가 심해 나같이 겁이 많은 사람은 옆에 손잡이를 저절로 잡게 만드는 곳이다. 점심시간에 가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소문난 맛집이라 갈 때마다 오전에 일찍 서둘러 가거나 점심시간이 지나서 가는 맛집중의 맛집이다. 그 집의 장칼국수를 간단히 소개하면 고추장을 풀어 빨간색을 띠지만 맛은 보이는 것만큼 맵지 않다. 성인이 먹기 좋은 적당한 매운맛으로 감자를 삶아 으깨 국물이 적당히 걸쭉하고 국물에 으깬 감자 덩어리가 섞여 있다. 칼국수의 면발은 직접 뽑지는 않지만 국수전문점에서 뽑아 오는 듯 했다. 면발이 시판 칼국수 면발보다는 가늘어 뚜걱거리는 식감 없이 보들보들 부드럽다. 이곳의 장칼국수가 유독 맛있었던 이유는 장을 풀어 만든 국물의 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했다. 그 맛은 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는 작은 식당에서 땀을 삐질 삐질 흘려가며 먹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무더운 여름 망상의 바다가 그리워 이른 새벽 망상으로 향했다. 바다로 가기 전 아침 일찍 장칼국수를 먹기 위해 우리의 맛집을 첫 코스로 잡았다. 그러나 2~3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나의 맛집 리스트에서 삭제되었다.

식당의 위치는 그대로였지만 작은 에어컨이 하나 설치되어 식당의 환경은 개선되어 있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설치 하셨거나 손님들의 원성이 자자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에는 연세 많으신 노부부 두 분이 조리를 해주셨는데 이번에 가니 노부부 중 할머니와 중년의 부부가 조리와 손님 응대를 해주고 계셨다. 지역주민으로 사장님과 잘 아는 분이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할머니는 오전에 장사를 준비하는 것과 점심때 바쁜 것만 도와주고 일찍 들어가신다고 했다. 딸 부부에게 식당을 넘기신 듯 했다. 그래서 였을까…….장칼국수의 맛이 예전과 같지 않다! 감자가 으깨져 걸쭉했던 국물의 농도도 다르고 국물에서 느껴졌던 깊은 맛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감자의 아린 맛이 너무 심하게 느껴져 맛있게 먹었던 그 전의 맛도 잊히게 만들었다. 우리에게 ‘망상=장칼국수’였는데 다른곳을 찾아봐야 한다는 큰 숙제는 던져주었다.


아침으로 선택했던 맛집에서의 실패를 맛본 후 저녁은 강릉 불고기 맛집으로 결정했다. 오랜만에 가자는 남편의 의견에 따랐다. 이곳도 몇 년 전 한번 방문을 했던 곳이다. 불고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아들의 경우 밥 두공기는 뚝딱 비울만한 메뉴이기에 흔쾌히 동의 했다. 이곳의 불고기는 양념된 고기위에 파 채만 수북하게 올라가는 아주 심플한 불고기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고기가 나와 보글보글 끓어 고기가 익어가기만을 기다렸다. 고기가 다 익어 온 식구가 고기 한 점씩을 입에 넣고 모두가 눈을 맞추며 젓가락을 테이블에 놓았다. 입에 넣는 순간 기억이 되살아났다. 오래전 내가 남편에게 꿍얼거렸던 소리를…….


“이 집이 왜 맛집이야? 왜 유명한 거지?”


솔직히 몇 년 전 먹었던 불고기의 맛이 완벽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보다도 더 맛이 없다. 아이들은 한두 점 먹더니 더 이상 안 먹는다.


“맛없어. 안 먹을래. 엄마가 해준 게 더 맛있어.”

“남기면 아까우니까 파는 빼고 고기만 몇 번 더 골라 먹어. 한우라잖아…….”


그렇게 아이들을 설득해서 저녁을 한 끼 때우고 나왔다. 음식의 기본이라고 하는 간도 하나도 안 맞고 우리 집 미식가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다. 맛에 예민한 녀석들이라 맛있는 음식은 먹지 말라고 해도 흡입을 하니 말이다. 식당을 나오면서 보니 식당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분점을 낸 모양이다. 이곳은 그것이 문제였을까?

또 하나의 맛집을 리스트에서 삭제했다.


맛집과 안녕을 고하며 카페로 이동했다. 이동을 하며 예쁜 곳이 보여 정보 없이 간 카페는 커피와 음료, 화려한 비주얼을 뽐내는 케이크까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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