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적이 있나요? ( 9 )
첫 데이트
매콤 달콤한 향이 코끝을 찌르는 닭갈비집
저마다 사람들은 원형철판 속 익어가는 닭갈비를 보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아주 어색한 기운이 맴도는 한 커플이 눈에 띈다
"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 "
" 5분만 늦게 오셨으면 집에 가려고 했어요 "
꽤나 오래 기다렸던 그녀이기에
첫 만남의 기다림은 조금 무례하기도 하였을 것이고
그 마음을 알기에 멋쩍은 웃음을 짓는 도혁
" 다행이에요 그 5분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을 수 있어서요 "
닭갈비가 어떻게 익어가는지
그리고 무슨 맛인지도 그들은 알 수 없었다
그저 둘의 머릿속엔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 수 있는 묘책이 필요했다
그녀의 직업은 공무원 준비생이었다
공부를 하는 그녀에게 시간이란 금과 같았고
연락이 뜸했던 이유도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와
인강을 듣다 보니 연락을 빠르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
모든 퍼즐이 풀리다 보니 도혁은 그녀에게 더욱 관심이 생겼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향하는 둘
어두운 클럽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도 예뻤지만
밝은 조명 속에서 보니 그녀의 모습은 더욱 예뻤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초코 자바칩이 놓인 테이블
닭갈비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커플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카페의 분위기 속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오빠는 무슨 일을 하고 있어요? "
" 어... 저는.. "
그녀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줬다
군대를 전역하고 일주일 만에 경상도에 오게 됐고
빚이 생기고 울산에 가서 죽으려고도 하고
지금은 그 일들을 다 이겨내고 있다고
도혁의 말이 끝나갈 때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왜 우세요!! 울지 마세요 "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릴 줄은
당황한 기색이 눈으로도 보이는 도혁이었다
" 많이 힘드셨겠어요 흑.. "
" 지금은 괜찮아요! 아.. 울지 마세요 "
도혁의 눈에 비친 그녀의 눈물이
도혁에게는 너무도 고마웠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위로해 준 첫 사람이었다
진심 어린 말과 위로로 그 둘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 취미가 뭐예요? "
화제를 돌려 그녀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다
" 저는 우주에 관심이 많아요 "
그녀가 보여준 영상은 인공위성에서 촬영되고 있는
실시간 지구의 모습이었다
" 아 그럼 외계인이 있다고 믿으세요? "
" 그럼요!! "
" 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시간이 조금 흘렀다
잔잔한 노래가 나오는 카페의 모습과 함께
이제는 앞이 아닌 옆에 붙어 앉아 핸드폰 속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한 커플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외계인, 피라미드, 심해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이 피고 있었다
그녀와 첫 데이트를 하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장소는 창원 상남동에 있는 어느 한 공원
한 손에 핸드폰을 꽉 쥐고 긴장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그녀에게 고백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