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용적 태도의 중요성

타인을 받아들이는 건 결국 나를 위함이다.

by Roo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요청해야 한다면, 의견을 들어줄 만한 사람에게 요청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외적으로 깔끔하며 표정에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말을 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타인에 대한 정보가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가장 직관적으로 보이는 외모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니 말이다.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항상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뿜어대는 사람보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사람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인 시간을 존중받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지만, 부정적인 태도로 삶을 일관하며 유난히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그 누구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수평적인 사회보다 권위적인 사회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시이다. 신분의 격차가 있는 사회에선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눈치를 보게 되며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기 힘들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업 구조에서 수평적인 문화를 고집하는 이유도, 권위적인 사회 속에서는 의견을 꺼내며 발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루를 보내면서도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대부분은 어떠한 소통 없이 지나치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하는 '아는 사람'의 범위에 속해있다. 상호적인 관계로 서로서로 의식하며 존재의 여부를 인지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때때로 희생하는 태도와 같은 적극성으로 만들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이런 행동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누구나 좋은 인상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극성의 유무만으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부정적인 이미지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수동적인 태도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할까? 물론 아니다. 가장 첫 단락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누군가가 말을 걸고 싶은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외적으로 평범함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수동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가는 방법은 직관적으로 보이는 요소 이외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다. 표정이나 목소리부터 사소한 습관까지 모두가 중요한 요소이다.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수용적인 태도를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어느 누구의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길을 걷다가 문제를 겪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요청할 수 있도록,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나를 찾을 수 있도록, 여유로운 태도를 가지며 어떤 말을 해도 흔쾌하게 반응해 줄 수 있는 그런 태도를 가지기만 하면 된다.


생판 모르는 남이 갑자기 말을 거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어서, 이런 행동이 굳이 필요한가 의구심이 들기도 하겠지만, 수용적인 태도는 초면의 상황보다 익숙한 관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개인의 시간이 더욱 존중받길 원하며 이는 타인과의 차이를 만들어내어 미숙한 시절의 겪었던 친구와의 교집합을 사라지게 만든다.


교집합의 부재는 과거처럼 걱정 없고 친숙한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고 착각하게 되는데, 상대방에게 이런 착각을 없애주는 것이 이 글에서 설명하고 있는 '수용적인 태도'이다. 생각하고 있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어떤 이야기도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는 것이다.


살아가며 깨닫는 경험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한들, 그것은 나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지 남의 삶에서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얻어가는 경험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태도는 상호적으로 소통하며 발전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제한시키게 된다.


확신은 때때로 흔들리기 마련이고, 인간관계는 정신적, 체력적으로 큰 힘을 들여야 하는 일이지만, 인간의 문명은 사회를 구성하며 빠르게 발전했고, 우리의 삶도 다양한 대화를 통해 타인의 삶을 경험하며 성숙해졌다. 이를 잊지 않고 스스로를 열어두는 연습을 지속한다면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이 어렵지 않을 것이며 혼자 보내는 시간 또한 긍정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