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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 Jul 03. 2024

그들은 어떻게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까

나는 왜 그럴 수 없지

남편에게 결혼식 부케를 모티브로 한 꽃다발을 만들어줬다. 양모로 만든 잔꽃이 못생겨서 '점토로 만드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말고는 만족스럽다.

우리 결혼식에는 친구가 부케를 만들어줬다. 친구는 사회를 알아가고, 누군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사고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자였고, 기자 일을 좋아했다. 물론 꽃다발 만드는 것도 좋아했다.

최근에 알게 된 사람 중에는 부러운 사람이 많았다. 도예작가, 사진작가, 인하우스 디자이너. 자기가 즐기는 일을 하는 사람들.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잘하는 일이 나에게는 없다.

지금 직장에서 일을 한지 두 달이 넘었다. 나는 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느꼈다. 정확히는...창의성이라는 이름으로 '알잘딱깔센'을 요구하는 게 별로다.

나이 성별 관심사 모두 다른 사람에게 알잘딱깔센하라니 정말...!

동료직원은 '자기 일을 해야 한다'가 입버릇인 사람이다. 진짜 자기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그 분을 볼 때마다 문득 나도 내 일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일을 하기에 확실히 부족하다. 그게 능력일까, 자신감일까.

나는 실패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꾸 한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에 자꾸 젠체만 한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부딪혔다가 내가 정말 나를 지나치게 고평가하는 거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한다.


머리로 하는 이해와 마음으로 하는 이해는 다르다.

이거 저거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면 '하고 싶다는 말만 하는 것보다 어설프더라도 뭔가 해보이는 게 낫다'는 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거 저거 손만 댔다가 죽도 밥도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 '나는 사실 진밥을 좋아한다'는 요상한 유머를 스스로에게 건넨다.

열심히 했다가 결과가 절망스러우면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이 들면 '실망스러운 결과라도, 돌이켜보면 무언가 남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원래 사람은 실패를 딛고 성장하는 거다' 같은 번지르르한 말이 줄줄 흐른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생각처럼 사는 게 쉽지가 않다.


그냥 한번 대차게 부딪히고, 대차게 실망하고, 다시 한번 부딪히러 가는 경험이 나한테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의 탓을 하지 않을 실망이. 유퀴즈에 나온 컵밥 사장님처럼 살아야지.


나는 남편과 뮤지컬을 자주 보는데,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은 '레드북'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작품 중 그걸 최고로 뽑는 데는...글쎄. 노래를 같이 들어줄래요? 레드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를 들려주고 싶어요. 듣고 나면 내가 왜 그 뮤지컬을 가장 좋아하는지 알게 되겠죠.

들어주었으면 하는 넘버는 총 세 곡입니다. 난 뭐지,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시간이 없다면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한 곡만 들어주셔도 좋습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좋은 노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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