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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May 20. 2024

보상 정애(報償 情愛)

받은대로 안갚음하거나 앙갚음 하는 정애(남에 대한 감정)

[1보상 정애 실마리

보답과 보복

보상 정애의 뜻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는 속말, 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는 속담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보상 정애의 핵심이다. 곧 모든 행동에는 대가(代價)가 따른다는 말이다. 보상이란 피행자에 대한 가해자의 [업(業)*: 잘못ㆍ침훼ㆍ과오ㆍ죄ㆍ저지른 짓]을 피해자에게 갚는다는 뜻으로 그 [업]을 갚음으로써 일단 저지른 것은 없어져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온 것으로 여겨진다. 


처벌하거나 피행자가 무시하거나 용서할 때까지 그 업은 없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하찮은 심정이나 행동에도 그에 걸맞는 심적ㆍ물적ㆍ신체적 대가가 따르며 이런 감정은 〘품씨〙에 녹아들어 잘 바뀌지 않고 당위성과 매우 비슷하게 작용한다. 곧 도덕법칙처럼 당연히 이행해야 할 의무로 믿어지고 이행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대가 없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사람이다. 형태상으로는 정애 가운데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자신이 받은 만큼의 긍효*를 되돌려 주려고 하는 긍정적인 경우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자신이 받은 만큼의 반효*를 부담시키려는 부정적인 경우의 감정이 있는데 필자는 이러한 행위를 [보상(報償)]이라고 부르며 이런 보상의 감정은 정애에 속하므로 이를 [보상 정애(報償情愛)]라고도 부른다. 


서로 간의 교류는 물론 혼자 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대가를 바란다. 행위의 목적을 정하면 행위의 결과(효과)가 있어야 행한다. 혼자 하는 행동에 대해서 효과를 바라듯이 남에 대한 행동에서도 당연히 대가를 바라는데 이것이 바로 보상 정애다.


*긍효와 반효: 긍효는 이(利) 쾌(快) 길(吉) 복(福) 등 생명체가 언제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보람된 욕망 상태. 반효는 그와 반대로 해(害) • 고(苦) • 흉(凶) • 화(禍) 등 생명체가 언제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꺼려하는 욕망 상태     


인간의 의식은 한갓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결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단순히 생리기*에 체류해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가치를 추구ㆍ실현하려 하며 이렇게 하여 함양된 자신의 우월한 점을 남에게 들어내 보이거나 이를 받아들이는 심리기*에 체류해 있다. 


*생리기; 심리기: 인간의 의식이 점점 발전해 나가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특징들. 생리기는 생명체의 존망[存亡]애 관한 의식이, 심리기에는 주로 자기 제시에 관한 의식이 활발히 작용한다. 본서의 자매서인 《정신의 구조》에 좀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심리적 의식에 체류해 있는 인간의 심적 과정은 자기 제시 동기에서 시작하여 수용에 대한 서로 간의 평가와 그 반응인 감정, 특히 보상 정애의 발현을 대단원으로 하여 일단 끝이 난다. 


* 그 일단의 과정에 관한 예로 순리적 긍정적인 교류의 경우를 하나 들어보자.

ⅰ.요사이 인기 절정인 어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른다(제시). 

ⅱ.그 열렬한 팬들이 그 공연을 보고 열광한다(수용). 

ⅲ.팬들은 그 노래가 너무 좋아서(평가)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흘린다(수용자 반응). 그리고 가수들을 애호한다[정애]. 선물을 보낸다.[보상 정애]

ⅳ.가수들은 자신들의 노래가 대중에게 인기 절정이라는 데 대해 큰 만족감을 느끼고(제시자 정감). 팬들을 사랑한다[정애ㆍ사랑의 정애]    

 

가행자(加行者)와 피행자(被行者) 

우리는 디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을 가해자라고 부르고 그 피해를 입는 사람을 피해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가해자나 피해자라는 개념은 [해(害; 손해)]를 기준으로 사건 관계자를 이르는 낱말이다. 


그런데 사건의 요인에서 해가 극히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요인 가운데에는 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害)와 반대되는 이(利)도 있을 뿐만 아니라 보상 정애에도 다른 요인이 관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상 정애의 이해가 아닌 다른 요소 ⸺예컨대 시비, 선행⸺ 들도 있으며 이런 요인과 관계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게 마련이다. 


가해자나 피해자라는 낱말로도 사건의 관계자들을 가리키는데 만족할 수 있지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사건이나 행동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런 요인에 관계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런 사람들에 관계되는 별도의 낱말은 거의 없는 것 같아 더 적절한 표현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사건을 일으킨 사람”과 그 사건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 관해 초들때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이처럼 사건에는 사건의 처음에 영향을 일으키는 사람과 그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이를 가리키는 낱말들이 없어 느끼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필자는 사건을 일으킨 사람을 [가행자(加行者)]라 부르고 가행을 입는 ⸺당하는⸺사람을 [피행자(被行者)]라 부르기를 제안한다.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행위에서 대상에게 일정한 의미의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일으킨 계기를 제공한, 곧 행동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뿐만이 아니라 그런 행위를 일으키려는 마음, 곧 동인이나 동기를 품은 맨 처음⸺ 의 사람이 가행자이며 가행자로부터 일정한 의미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바로 피행자일 것이다.      

제시자는 수용자에게 일정한 행동을 보내주는 사람, 곧 가행자(加行者)이고 수용자는 가행의 대상, 곧 피행자이다. 


수용자는 가행자의 행동을 받아들이면서 그 행동의 정세에 대해 자신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에 따르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 행동이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될 때와 부정적으로 평가될 때마다 반응에는 그에 해당하는 다른 감정이 나타나게 된다. 


정감은 자기 자신의 상대적인 우열의 결과를 수용함에 따른 남에 대한[대자적(對自的)]내적(內的) 반응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결과를 초래시킨 대상에의 지향적 반응인 정애 역시 반사적으로 그의 표정이나 태도에 나타난다. 긍정적인 정애로는 고마움이나 애호를, 부정적인 정애로는 미움이나 증오가 포함될 것이며 부정적인 영향이 자신의 정당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의식되면 분노가 발생한다.   

   

보상 정애의 내용인 (

①업의 뜻

보상 정애는 가행자의 업(業)으로부터 시작된다. 다 아시겠지만 [업(業)]은 불교 용어로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 또 전생의 소행으로 말미암아 현세(現世)에서 받는 응보(應報).*를 가리킨다. 

*업(業): 불교적인 의미를 도외시하더라도 의지자인 생명체, 인간이 특히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신의 행위 일체를 가리킨다.      


좋은 일, 또는 착한 일을 선업이라고 하고 나쁜 일, 악한 일을 악업이라고 하며. 한자 문화권에서는 덕(德)이라고 불러, 좋은 일 또는 착한 일은 선덕, 나쁜 일 악한 일을 악덕이라고 부른다. 업과 덕을 합쳐 덕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행자에게 자극을 주는 업이 일어나고 이 자극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피행자의 반응이 촉발되면 이 촉발이 다시 가행적 업이 되어 처음의 가행자를 자극한다. 


자극된 정애가 부풀어 오르는 앙분(昂奮) 현상과 이에 대해 다시 보상 정애가 일어나는 순환과정[응보 과정]의 고리에 적절한 앙분 해소, 곧 설분책(雪忿策)이 제시되어 그치지 않으면 업에 대한 [갚음], 곧 보상인 응보는 핵분열처럼 반복되거나 확대되기도 한다. 


보상 정애의 대상이 되는 일들

보상 정애는 친구가 준 떡 한 개, 자기에게 눈을 부라림, 자기의 자존심을 다치게 한 일, 자기의 친족이나 친지에게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것, 등 아주 사소한 일에 대해 자기도 언제인가 그에게 되돌려 갚아 주리라고 다짐하는 일을 비롯하여 가볍게는 욕설을 퍼붓거나 때리고 차는 등의 행동을 시도하다가 가행 정도에 따라 자기나 자기 동류 자기가 귀중하게 생각하는 대상 등에 대한 상해나 살해 등의 위해(危害) 행위 등 심각한 일까지 모든 행위에 다 해당된다.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 연인이나 부부 사이를 비롯한 거의 모든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널리 모든 생물과의 관계에서도 덕이 베풀어지는 것에 대해 보답하려 하며 해를 입힌 데 대해 보복을 하려 한다. 보상은 대를 이어 갚으려 하고 집단적으로 갚는 집단 보복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보상 중에서도 부정적 보상인 복수(復讐)는 인간에게서 매우 자주 유발되는 현저한 행동이기 때문에 문학 작품, 특히 소설이나 희곡(戱曲)의 가장 매력적인 주제나 소재의 하나이기도 하다.   

   

보상 정애에 관한 문학 작품의 사례

그리스 신화에 무수히 등장하는 인간에 대한 신(神)의 보복적 징벌 이야기를 비롯하여 많은 수의 문학 작품들이 인간의 복수심을 그려내고 있다. 중세 독일의 영웅 전설인 《니벨룽겐의 노래》는 복수와 복수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처참한 살육극을 그리고 있으며 미국의 작가 멜빌은 《백경》에서 거대한 고래 모비 딕에게 다리를 잃은 에이하브 선장의 불타는 복수심을 음산하게 묘사했다. 

호메로스의《일리아스》에서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에게 절세의 미녀인 왕비 헬레나를 빼앗긴 데 대해 전쟁을 기획하지만, 그가 전쟁을 불사한 이유는 헬레나를 되찾아 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후하게 대접받은 은혜를 저버리고 아내를 꾀어간 사내를 응징하기 위해서 였다.”고 말하는데. 그리스 연합군의 트로이군에 대한 보복이라는 소재 안에, 친우인 파트로크로스를 죽인 헥토르에 대한 그리스군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복수라는 이중의 복수극이 하나의 사건으로 묘사되고 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폭풍의 언덕❱∙❰햄릿❱ 등 주제 전체 또는 사건의 주요 부분을 복수심으로 나타낸, 두루 알려진 작품의 이름만을 열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정도이다. 이러한 사례는 인간에게 있어 보상[심리 및 행위]에 어떠한 의의가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책략으로 유명한 전국시대 말 중국 진(秦)나라의 모사인 범수(范睢)는 보상심리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약소국인 위(魏)나라 출신의 비상한 종횡가로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의 마음을 움직여 객경(客卿)*이 되고 진나라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뒤에 소양왕에게 그가 진나라에서 벼슬하는데 공이 많았던 왕계와 정안평의 공로를 설명하여 각각 하동(河東) 군수와 장군으로 삼도록 해주었다. 그런 뒤에 그는 자기 집의 재물을 나누어 이전에 자기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는 일일이 거기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고 자기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게는 또한 거기에 상응하는 보복을 하는 등 “한 끼 밥을 제공한 정도의 은혜도 반드시 갚고, 눈을 흘긴 정도의 사소한 원한도 반드시 보복했다.” 고 한다. *객경(客卿): 다른 나라에서 와서 공경(公卿)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모든 정애가 그러한 것처럼 보상 정애도 심원층과 평가층*으로 형성되어 있다. 보상의〘심원층〙은 상대방의 의지의 동향에 따라서 형성되며〘평가층〙은 상대방의 용재와 용질의 동향에 따라서 형성된다.      


긍정적 보상{안갚음}과 부정적 보상{앙갚음}

안갚음과 앙갚음의 뜻

모든 정애가 그러한 것과 같이 보상 정애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보상 정애에서의 부정적 측면을, 우리 조상들은 [앙갚음]이라는 뚜렷한 이름으로 불러왔다. 이에 견주어 긍정적 측면에 관해서는 대상의 일부인 어버이에 대해서만 [안갚음]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필자는 이 이름을 모든 긍정적 보상을 가리키는 낱말로 쓰려고 한다. 보상은 강약의 정도와 성질ㆍ형태ㆍ심정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의 이름으로 불린다.      

긍정적 보상{〘안갚음〙} 가운데 강도가 가장 센 안갚음에는 은혜를 갚는 보은ㆍ보답 등이 있으며 그 형태에 따라 은의ㆍ은덕ㆍ은택ㆍ은공ㆍ은혜ㆍ고마움ㆍ사례ㆍ선물ㆍ칭송 등의 행동이 있다.


부정적 보상{〘앙갚음〙} 가운데 강도가 가장 큰 앙갚음으로는 원수를 갚는 복수(復讐)와 보복(報復)ㆍ보구(報仇)ㆍ응징ㆍ화풀이ㆍ심술ㆍ모욕ㆍ저주ㆍ해코지ㆍ노려보기ㆍ심술ㆍ폭행ㆍ훼손 등이 있다. 

    

보상의 내용

사람들은 어떤 기준과 내용으로 앙갚거나 안갚으려 하는가? 앙갚거나 안갚는데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막연히 준 만큼 받아야 한다, 또는 받은 만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 나타나 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고 하는 [탈리오의 법칙]은 바로 보상 정애에 대한 동서고금의 보편적 심정이다. 


뒤에 설명하려 하는 [형평 원리]를 생경하리만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는데 주로 부정적인 측면의 해결책으로, 당한 사람[피행자]이 먼저 가한 사람[가행자]에게 똑같은 모양[동양(同樣ㆍ또는 동형(同形))]과 똑같은 분량의 값[동가(同價)]으로 되갚게 해서 보상 앙분을 해소시키려고 했다. 이는 앞으로 보게 될 심원층적 정애에는 감정의 주관적 표현과 강도에 의해 다소 물리적 정확성이 떨어지게 반영되기는 하지만 역시 기본적인 형태임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함무라비 법전의 보상 조문(條文)의 한 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 자신의 눈알을 뺄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이빨을 부러뜨렸다면 그의 이도 부러뜨릴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다면 그의 뼈도 부러뜨릴 것이다.”[위키] 

    

전 282조 중 제196조에는 '만일 사람이 평민의 눈을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눈도 상해져야 한다', 제200조에는 '만일 사람이 평민의 이를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이도 상해져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同害) 복수법에 기초한 형벌법으로서, 타인의 눈을 상하게 한 사람은 자기 눈도 상해져야 하고, 부모를 구타한 아들은 그 손목이 잘려져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함무라비 법전(기원전 1700년경) (세계사 다이제스트 100, 2010. 8. 13., 김희보)     


[3열보(熱報)와 냉보(冷報

뜨거운 갚음{열보(熱報)}과 차가운 갚음{냉보(冷報)}


뜨거운 갚음과 차가운 갚음

보상의 심원층*은 상대방 의지의 동향에 따라서 형성되며 평가층*은 상대방의 용재와 용질의 동향에 따라서 형성된다. 보상의 심원층을 형성하는 의지는 정애의 쌍방[가행자와 피행자] 간에 우호적 관계 및 대립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심원층적 보상의 근원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본능적 정애로 상대방의 [의지의 동향]에 따라서 대응하려 하기 때문에 ⓐ피행자와의 관계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자기의 의지를 멸살하거나 지배하려는 적대자들이거나 ⓑ자기를 친애하고 환호하는 애호 관계자들이어서 적대자에게는 적의와 분노로 앙갚음하기 쉽고, 애호자들에게는 고마움과 친밀함으로 안갚음하는 일이 많다. 


그 때문에 일반적으로 매우 열정적인 태도가 끼어 있는, 곧 뜨거운 갚음[열보(熱報)]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은수(恩讐)라고 부르는 격정의 정애가 바로 이러한 심원층적 보상에서 촉발되는 감정이다.      


이에 견주어 평가층*은 대단히 냉정하다. 왜냐하면 평가층적 보상은 은수의 대상이 아닌 상대방의 [용질의 가치 평가에 따라서 그에 상응(相應)하는 용질로 대응(對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거래의 심리까지가 포함된 모든 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대단히 냉정하며 타산적인 보상은 차디찬 갚음[냉보(冷報)]이다. 


*심원층과 평가층: 사랑을 맺어지게 하는 계기로 사랑의 3층 구조의 일부. 심원층은 정신의 기능들과 유전자[소위 핏줄의 인연인 혈연] 등에 의한, 그리고 평가층은 대상의 우열성에 의해 사랑의 지향이 결정되는 구조. 상세한 설명은 이 책의 자매서인 졸저 《사랑 이야기》 참조.     

 

형평 원리

냉보인 평가층적 보상 정애

당가(當價보상과 형평 원리           

사람들은 누구나 이처럼 가해진 결과에 맞먹는 알맞은 값으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자신이 베푼 행위에 대한 가장 적절한 보상이 어느 정도의 질량이어야 하는 가에 관한 보편타당성은 무엇을 기준으로 형성되는가?      


열보의 경우에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자기가 받은 만큼의 손해와 고통을 되갚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정적인 보상이 중시되는데 견주어 냉보에서는 이러한 사적인 [은수(恩讎)의 감정]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냉정한 계산에 따라 가행자에게 피행자가 당한 만큼의 피해를 물질적 수량으로 계량하여 1대 1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긴다. 


이런 관념이 바로 “경제의 근본원리인 당가 보상의 원칙”이다. 당가 보상과 형평 원리의 객관적 보편적 근거도덕률의 균일율과 연결 가능성 찾기.보상 정애가 감성인 정념 위에 기초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것.     


이러한 타산적인 보상의 가장 뚜렷한 것은 우리가 늘 활용하는 상거래(商去來)이다. 자기에게 10000원의 이득을 주는 상대에게는 10000원어치의 대가를 지불하고 10000원어치의 손실을 끼친 대상에게는 10000원어치로 갚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10000원어치의 물품을 사려면, 10000원짜리 화폐의 반대급부로 샆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당가 보상은 일정하게 받거나 주는 것에 대해 그와 비슷하거나 같은 값으로 갚는 것을 본질적인 행태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 행위에 합당한 대가를 치려야 한다는 근원적인 심리가 작동한다.  

    

이처럼 갚음을 가행자나 피행자에게 균형을 맞춰, 다시 말해 형평에 맞게 갚아야 한다고 여기는 관념에 따라 지지되는 합리적인 보상의 원리를 필자는 [형평원리(衡平原理)]라고 부르려 한다. 헝평 원리의 효력은 냉보에서 더 잘 발휘되지만, 열보의 원리로서도 무난한 보상의 기준이다. 형평 원리에 따르는 일은 경제적인 방식이기에 보상의 내용으로는 거의 가 다 금품이나 물품, 특히 상품이나 노동이다. 이를 우리는 [교환] 또는 [거래(去來)]라고 한다.      


주는 값[또는 받는 값]에 해당하는 값으로 갚아야 한다는 관념에 따라 일정한 행위에 대해 손익에 알맞은 값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해 1대 1로 갚아 상쇄시키려 하는 심리적 경향을 [당가(當價) 보상]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모든 보상 심리는 [당가 보상(當價 報償]에 터 잡고 있다. 


곧 사람들은 모든 보상을 당가 교환으로 수렴하려 하며 주로 경제적 이해관계에 관한 거래의 보상으로 열보의 분량도 당가 보상의 교환액과 다르지 않다. 


당가 보상은 [냉보]이며 교환 보상이다. 일반적인 보상은 [탈리오의 법칙]처럼 똑같은 모양{동양(同樣ㆍ또는 동형(同形))}과 똑같은 분량의 값{동가(同價)}으로 되갚아서 보상 심리를 해소시키려고 하는데, 때로는 값은 비슷하지만, 원래의 보상 형태인 동양이나 동형이 아닌, 다른 형태의 보상으로 갚는 일도 흔하다.

      

당가(當價보상

당가 보상의 뜻

우리 말의 [값]이 바로 이 현상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값]은 바로 갚는다는 말이었으며 한자의 대가[代價: 물건을 산 대신 주는 돈]도 바로 물건을 차지하는 대신 그 물건에 맞먹는 값어치⸺곧 물건의 당가⸺의 돈을 대신 [갚아] 준다는 원칙을 가리키고 있다.


경제의 근본원리인 당가 보상의 원칙 

보상에서뿐만 아니라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아야 한다는 말처럼 일정한 상태에는 일정한 대우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심리로 [당가(當價) 보상]과 그 아래 당가의 질량을 결정하는 [형평 원리(衡平原理)]가 그것이다. 형평 원리는 경제의 근본원리이다. 빌린 돈을 되돌려 주는 것도 역시 [갚음]이다.   

   

평가층적 보상이라는 지적(知的) 보상의 가장 선명한 방식인 상거래(商去來)는 일정하게 받는 것에 대해 그와 비슷하거나 같은 값으로 주는 것을 본질적인 행태로 지니고 있기에 대단히 냉정한 태도의, 비교적 정확한 계산에 따른 합리적인 형평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화폐는 가장 합리적인 교환 가치 평가의 도구이기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거래는 상품과 그 가치에 해당하는 화폐의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경제적인 갈말로 [교환(交換): 엇바꿈] 또는 [거래(去來): 오가기]라고 부르는 이 경제적 보상의 평가층적 보상을 [교환보상(交換 報償)]에는 상거래의 심리까지가 포함된 모든 거래를 포괄한다.      


당가 보상의 원칙

당가 보상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적용된다. 

 물품의 값은 임자[소유주(所有主)]가 정한다. 물품을 가지려는 사람[구매자]은 물품값에 대해 임자와 흥정할 수 있다. 

 임자가 없는 물품은 거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개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가 된다. 

 임자가, 대가 없이 주기로 한 상품 ⸺곧 증정품 선물 등⸺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 이상의 보상 정애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마움을 느끼면 냉보가 긍정적인 열보로 바뀐다는 신호이다. 

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한 데 대해서는 보상 정애가 촉발되지 않는다. 

 노동 등 서비스의 대가는 대개 우리가 보통 노사(勞使)라고 부르는 관계자들의 계약에 따른다.  

   

당가 보상은 화폐라는 거래 수단이 없던 옛날에는 형평에 맞는 보상 값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많은 국가와 정부가 사회질서를 깨트리기 쉬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화폐가 통용되고 있는 현대에는 화폐를 사용하여 명목상으로라도 미세한 수량까지 같은 값으로 교환할 수 있는 철저한 거래를 통해 전보다 더 예민하고 정밀하게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일반적인 보상 정애는 거래 형식을 취하더라도 늘 쌍방이 거래하는 것도 아니며(곧 일방적일 수 있다) 거래되는 매개체가 화폐 등 금전이 아니라 호혐이나 애증 등의 감정[열정적 보상], 또는 노동이나 충성심 등 피행자의 감정을 유익하게 하는 다른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원리가 〘침훼〙되면 냉보가 열보로 바뀐다. 두말할 것도 없이 원시 시대에는 물품과 물품의 교환 ⸺소위 물물교환⸺ 이었던 이 거래가 만약 정확한 평가에 따르는 정확한 교환이 가능하다면 널리 사용될 수 있는 교환의 중요 방식이었을 것이다. 


당가 보상을 표현하고 있는 상식적인 말에 [빚]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정한 보상 상황에 서 갚아야할 댓가를 갚지 못하는 상황을 “빚졌다”고 이르고 댓가를 치르면 “빚을 갚았다”고 말한다. 빚을 갚거나 받는다는 것이 바로 이 [당가 형평 원리]에 따르는 보상의 이행이다.     

 

보상의 결정 기준인 형평 원리

보상의 질은 가행자나 피행자 쌍방의 공평성을 객관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심리적 의식에서 우러나오는 준칙 ⸺곧 형평 원리⸺ 을 기준으로 정한다. 

형평 원리에는 냉보인 당가 보상의 물질적 수량에 관한 형평의 원리로 이미 위에서 초든 [당가 형평 원리]와 감정적 보상인 열보에 관한 정애적 보상의 형평 원리[정애 형평 원리]의 두 가지 규준이 있다.   

   

[정애적 형평 원리]는 가행자에게 피행자가 당한 만큼의 피해를 감정적으로 계량하여 부과시키려는 열보의 형평 원리로, 대상이 자기에게 미치게 하는 행동에 대해 합당[형평에 맞는]한 형태의 강력한 감정으로 대응하려는 의식이다. 


그런데 이 원리가 무차별하게 분량상의 균형만을 추구하는 심적 경향은 아닌 듯이 보인다. 그렇지만 앙분이 자기의 의지로 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면 자연히 판단 능력이 떨어지기에 보상의 분량을 적정하게 파악하지 못하여 지나친 갚음으로 치닫는 일이 흔하다. 


평소에는 분별력이 뛰어나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도 앙분하면 형평 원리에 따르는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 공적 기준뿐만이 아니라 주관적으로도 사람들은 자기가 당한 피해를 더 크게 의식하고 사건의 가행자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이 감정에 적합한 분량의 보복이 가해져야만 비로소 보복의 저울대가 균형을 이룬 것으로 느낀다.


 그래서 앙분이 가라앉고 냉정을 되찾은 뒤에야 보상의 분량이 지나쳤음을 깨닫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앙분했을 때의 지나친 갚음을 보고 우리는 본능 속에 들어있는 맹목성과 폭력성 및 충동성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다.      


갚는 이에 대한 정애

긍정적으로 갚아주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정애가, 부정적으로 갚아주는 사람에게는 저주나 분노의 정애가 지향되는데 본질적으로는 인간을 평등하게 여기지만 크게는 처지 평가*처럼 그 용재와 용질에 큰 차이를 두어 신분의 귀천, 재화의 많고 적음, 정신의 위대함과 비천함, 육체의 미추 등의 차이에 따라 정애의 정도에 차이를 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처지 평가:  업적의 값을 이루어놓은 절대적인 결과에 따라 평가하지 않고 행하는 사람이 처한 형편에 따라 평가하는 방식.     


더구나 갚는 자가 갚기 위해 쓰는 손해가 매우 크다면 고마움의 정애는 그 크기에 따라 커지지만, 그가 손해에 견주어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얻는다면 고마움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형평이 맞는 것으로 여긴다. 보상 정애가 자기의 의지로 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면 자연히 다른 사람에게 던져 주려할 뿐만 아니라 보상의 분량을 적정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나친 보상으로 치닫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보상은 흥분해 있을 때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냉정한 정신 속에도 명료히 살아나는데 이때에는 보상의 분량이나 대상에 대해서 비교적 형평성에 맞게 알아차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당가는 상품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당가 교환보상은 원칙적(?)으로 상품과 상품(또 대개는 화폐)이지만 그 밖에도 중요한 당가 보상의 분야로 근로나 봉사[서비스]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불하는 임금이나 요금 등이 있다. 


노동에는 육체적 노역이 대표적이지만 그뿐만 아니라 긍정적 영향이 미치는 모든 정신적 기여의 노력 ⸺봉사ㆍ 예능ㆍ 교육ㆍ 상담ㆍ 등이 포함된다.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일을 해주면 ⸺다른 이해관계나 특별한 관계가 아닌 한⸺ 당연히 그 이익에 합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의식하는 것이 바로 당가 교환 보상의 심리이며 사회제도이다. 이 원칙은 이러한 구체적인 분야뿐만이 아니라 매우 추상적인 분야에도 적용된다.     

곧 당가 교환 보상은 때로는 명(名)과 명(名)ㆍ명과 이(利)ㆍ이와 쾌감 등과 같은 추상적ㆍ정신적 분야에도 적용된다. 재화나 그 밖의 이득을 던져 명예를 얻으려는 경우(이와 명)가 있는가 하면 명예를 이용하여 재화로 보상받는(명과 이) 일도 있고 일정한 재화를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즐거움(긍효로움)을 요구하는 일도 흔하다(대인 서비스 산업의 경우). 반대로 즐거움을 서비스하고 그 보상으로 재화를 받는 일도 얼마든지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알맞은 형평 원리를 셈하기는 그다지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보상이 형평 원리의 알맞음보다 더 심하거나 덜 심한 경우도 많다. 곧 [더 갚음]이나 [덜 갚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더 앙갚음]이나 [덜 앙갚음]도 있고 [더 안갚음]이나 [덜 안갚음]도 있다.  

   

안갚음이나 앙갚음 모두 이 원리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은덕을 갚으려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라도 형평 원리에 맞게 안갚음 해 그가 짊어진 빚을 덜려고 하며 척진 사람들 또한 형평 원리에 맞게 앙갚음 해 그가 짊어진 원념을 풀려고 복수심을 다잡는다. 은혜를 갚거나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런 보상 정애를 품고 있다가 언제든 이를 갚아 보상 정애로 쌓인 〘앙분〙의 짐을 풀어내려 결심한다.   

  

보상의 정치 제도

당가 보상은 정치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제도화되어 시행된다. 형법이나 민법상법 가운데 재산의 소유에 관한 많은 부분 ⸺물권법(物權編) 채권법(債權法) 등⸺ 이 그것이다. 이는 상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보상의 형평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며 여기에는 어떤 사적인 은수(恩讎)의 감정은 개입되지 않는다. 


법에 의한 의제(擬制) 보상을 사회에서는 [법의 심판]이라 부르며 보상의 [공정의 법칙]의 정당성을 담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애의 보상]을 사회적으로 물탄 데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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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대상이 자기에게 가하는 행동에 대해 합당[형평에 맞는]한 형태의 강력한 감정[정애] 행동으로 대응한다.

ⅱ 형평 원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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